"해외환자 유치 활성화와 맞물려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제정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의료사고 법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환자와 국민들이어야 한다."
환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국민청원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의료분쟁조정절차 마련을 위한 입법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안은 △심재철 의원의 의료분쟁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최영희 의원의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박은수 의원이 소개한 국민청원안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등 총 3건.
이들 법안은 입증책임 전환 등 핵심규정을 두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7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와 의료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법 제정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문제는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은 한 법적으로 입증책임을 완전히 전환해야만 안전하고 신속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면서 "이를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법 제정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기존의 의료사고 관련제도들과 전혀 다를 것도 의미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강 사무총장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후속책의 하나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이후 정부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법 제정의 방향이 국내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와 관련된 국제 분쟁을 막고, 의사의 진료권을 보장하는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사무총장은 피해구제법 제정과 더불어, 환자들의 알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제도적 장치들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기록 위변조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마련 △병원내 수술실 및 중환자실, 신생아실, 응급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실태조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그 예.
강 사무총장은 "의료사고 피해증언대회 등에서 들어보았듯 병원들의 폐쇄적인 태도가 피해자의 가슴에 두번, 세번의 상처를 남기고 있다"면서 "최소한 병원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피해자들이 올바로 알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태언 사무총장은 "어느 누구도 평생 병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때문에 그 누구도 의료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의료사고로 인해 피해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