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어 복지부와 의협의 정책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의사협회가 동아홀에서 개최한 ‘원격의료 도입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원격의료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개원의들의 목소리가 강도 높게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 논쟁의 핵심은 원격의료 확대 실시와 재정절감 의도 등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다.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일례로, 엘리베이터가 많은 장점이 있으나 단층건물만 있으면 필요가 없듯이 원격의료도 동일하다”면서 “복지부가 시범사업 50개 의료기관 중 의원이 있었나, 원격의료가 의료전달체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평가가 되어 있냐”며 정책의 실효성과 위험성을 지적했다.
지안내과의원 윤용선 원장은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독거노인 등에 대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450만명으로 국한한 대상군이 확대될 개연성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원장은 이어 “컴퓨터와 웹 카메라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있나. 450만명에 국한해도 의도적으로 저질진료인 셈”이라면서 “여기에는 전국민으로 확대해 의료비를 절감하려는 의도가 뻔한데 왜 부인하냐”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송규철 사무관은 “450만명 대상환자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면서 “장관 보고시에도 원격의료의 재정절감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양웰빙의원 박정하 원장은 “복지부 재정에 관여되지 않은 부서 사무관이 이를 얘기하는 것은 오버이다”며 “복지부가 대면진료보다 높을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송 사무관의 말은 어폐가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의사에게 신뢰를 이미 잃었다”
박정하 원장은 이어 “장관 보고를 법령처럼 얘기하는데 복지부는 의사에게 신뢰를 이미 잃었다”면서 “의사들이 근거없이 얘기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달라”며 의약분업 이후 지속된 정부에 대한 불신책이 내재되어 있음을 내비쳤다.
의원급이 주도하는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도 개진됐다.
연세미소내과 남준식 원장은 “원격의료 도입은 시기상조이나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대형병원의 기업논리로 개원가를 네트워크 형태로 바꾸려 하고 있어 관심을 갖지 않을면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을 실시중인 강릉시보건소 김수민 관리의사는 “의사들은 도서벽지가 어디 있냐고 하나 안와 봤으면 말하지 말라는 우스개 소리를 말해주고 싶다”고 전하고 “전체 환자 확대는 반대하나 한정된 인원에서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원격의료의 장점을 피력했다.
의협 송우철 총무이사는 “오늘 결정내릴 것이 아니다. 지방 설명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받을 것”이라면서 “대상범위를 줄이고 의협 자체적으로 시범사업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석 질문에서는 개원가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고조됐다.
한 개원의는 “개원의들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한가지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내 코가 석자인데 산간벽지와 교도서 환자를 걱정할게 아니다. 의사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원격의료 정책이 공청회도 안거치고 거꾸로 가고 있다. 합의한 것이 없다면 어떻게 입법예고 되나”면서 “땅 덩어리도 좁고 의료전문성이 높은 나라에서 원격진료시 1차 의료기관의 붕괴는 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송우철 이사 “회원들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격한 발언이 지속되자 좌장을 맡은 한달선 전 한림대총장은 토론회를 지속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마무리 멘트에서 박정하 원장은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은 문제가 많다”면서 “원격의료를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의협 집행부에도 이를 반대하고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송규철 사무관은 “원격의료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반대보다 생산적 대안을 마련하면 받겠다”고 전제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말하는 것을 보면서 의사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의협에 공문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송우철 이사는 “정보가 잘못 되서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달말까지 예정된 (지역 설명회) 스케줄은 소화할 것이며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복지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이어 “회원들의 뜻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원들의 뜻의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달선 전총장은 “토론회가 회원들의 기대와 다른 성격이 됐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토론이 활발히 되기를 바란다”며 3시간 넘게 지속된 토론회를 힘겹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