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14일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군의료기관과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전문의료인력을 장기복무 군의관으로 양성해 군장병과 국민에게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방력 향상과 공공보건 의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방의학원은 교육, 진료,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법인으로 설립이 추진된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 논의가 끊이지 않더니 결국 동료의원 91명의 서명을 받아 입법 추진을 강행했다.
군장병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양질의 군의료 인력 양성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국방의학원 설립은 답이 아니다. 그렇지않아도 의사 인력이 남아돈다고 아우성인 판인데, 과잉공급만 부추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의사인력에 대해 정부는 OECD 수준에 비하면 모자란다고 하지만 의료현장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박 의원 등은 군의료기관과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의무복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복무기간 단축과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에 따른 여학생 증가와 군필자 비중 상승에 따라 자원이 현저히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 군미필자 비율은 67%에서 15%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교육기관 하나 설립하면 해결된다는 발상은 근시안적 접근이다. 의료계가 국방의전원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인력의 과잉공급과 교육 부실 우려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이 불가피한 반면 효과는 의문시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국방의전원 학생들의 수련을 위해 2400억원의 예산과 연간 700억원 규모의 운영비가 소요된다는 추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니 박 의원 등은 더 이상 의사인력 과잉공급과 재정낭비, 부실교육 논란을 부추기는 국방의전원 설립을 추진하지 말기 바란다. 대신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유휴인력과 의대 자원을 군의료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의료계가 제안하고 있는 '국가장학생제' 도입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의과대학의 정원 일부를 장학생으로 할당, 정부가 학비와 생활비를 제원하고 군에서 장기복무토록하자는 것이다. 또한 정년퇴직을 맞은 의대 교수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국 의과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년퇴직 교수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조만간 한해에 수백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어느 자원보다 능력이 검증된 인력인 셈이다. 아울러 민간의료기관과 군의료기관간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군의료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