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과 의-병협 간 2010년도 수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불발에 그쳤다. 이에 따라 병의원의 내년 수가는 보건복지부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치과는 2.9% 인상안에 약국과 한의과는 각각 1.9% 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의원과 병원은 6차에 걸친 협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건정심행이 확정됐다.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끝내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까지 건보공단과 공급자간 수가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수가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건보공단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수가를 억제해야 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색각이다. 특히 유형별 계약이라는 제도 아래서는 각 직능별 경영수지와 원가보상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잣대를 앞세운 것도 사실이다. 경영수지와 원가보상률이 가장 양호한 약국이 번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수가협상에 응하는 의료계의 태도도 문제다. 번번히 도마위에 오른 문제지만 다른 직능단체에 비해 전략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협의 이번 수가협상 대표 구성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하지만 수가협상 자체가 제도적으로 비민주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이 수가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결국 수가협상이 번번히 결렬되는 이유는 제도적인 영향이 더 큰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건보공단은 합리적인 수가 결정체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수가협상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 수가협상 결렬시 이를 넘겨받는 건정심 위원의 구성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