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9시경 서울시 K구 동사무소 앞.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려는 65세이상의 노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예방접종이 실시된 곳은 보건소가 아닌 동사무소 앞 임시로 설치된 천막. 신종플루 확산으로 예방접종 수요가 크게 늘자 각 동사무소로 지역을 나눠서 단체접종을 실시했다.
동사무소 앞에 설치된 천막부터 길가로까지 길게 늘어졌고, 보건소 직원들은 계속해서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며 줄을 세웠다. 오전 10시 15분경 번호표는 이미 500번대를 넘어섰다.
천막 근처에는 이미 접종을 맞은 이들과 예방접종 대기하는 이들이 뒤엉켰다.
최근 독감접종 부작용으로 잇따라 5명이 사망하는 사고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고 하지만 이날 예방접종 행렬은 이같은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이날 김복남(가명·69)씨는 "TV에서 주사맞고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맞아야지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9시 30분에 도착해 10시쯤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김현철(가명·71)씨는 "예방접종 사고가 났다고 해서 망설였는데 그래도 맞는 게 낫겠다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보건소에서 접종해서 오늘 아침 보건소를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며 "일부러 멀리있는 보건소까지 찾아갔는데 장소가 달라져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반면 같은 시각 동사무소 길 건너편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J이비인후과의원은 썰렁했다.
J이비인후과 정모 원장은 "올해는 백신이 워낙 부족해 독감백신접종은 이미 끝난지 오래"라며 "백신 100도즈도 겨우 구해서 접종한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같은 상가에 L의원 또한 썰렁하긴 마찬가지. 독감백신 접종 안내문은 있지만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환자는 없었다.
매년 어르신들의 만족도를 높였던 바우처제도 또한 올해 심각한 백신난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독감 예방접종 바우처제도는 사전에 보건소에서 백신을 공급해주는 방식이 아니므로 올해처럼 백신수급난이 발생할 경우 백신을 구하지 못한 의료기관들은 접종이 어렵기 때문.
강남구 A내과 개원의는 "올해는 독감접종은 백신부족으로 오히려 원성을 샀다"며 "어르신들은 병원에 백신이 있는데 접종을 해주지 않는다며 항의하기 불만을 표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어르신들은 보건소 측에도 독감예방법종에 대해 항의전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를 계기로 바우처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올해 이례적인 백신 수급난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되는 백신이 부족하다 보니 평소 60%에 달했던 접종률이 40%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물론 올해는 이례적으로 문제가 됐지만 바우처제도는 보건소의 단체접종보다 선진화 된 제도"라며 "어르신들이 추운데 밖에서 떨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을 가면 되기 때문에 주민도 의료기관 모두 만족감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