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종이 있는 환자에게 깁스를 재사용해 결국 압박으로 인한 신경마비를 일으킨 의사에게 6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이 내려졌다.
대구고등법원 민사 3부(부장판사 김찬돈)는 최근 A정형외과 의원에서 골절치료를 받던 중 재사용된 깁스로 시술을 받아 결국 하지마비가 일어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3일 판결문을 통해 "골절상처에 깁스를 재사용할 경우 수술부위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간과한 이상 의사는 과실을 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환자 B씨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우측 경골 분쇄골절상을 입은 채 A정형외과 의원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A정형외과 의사는 골절부위에 관혈적 정복술 및 금속핀내고정술을 시행한 뒤 깁스를 했지만 몇일 후 B씨는 재골절이 일어났고 이에 의사는 재골절 부위에 철선을 이용한 체내 금속 고정술을 시행했다.
이후 의사는 2차 수술을 위해 잘라뒀던 깁스를 다시 재골절 부위에 시술했고 환자는 계속해서 다리가 저리다는 증세를 호소했지만 간호사 등은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음날 환자는 다리가 움직여 지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호소했고 의사가 깁스를 풀었을때는 이미 비골 부분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있었고 마비증상은 회복되지 못한 채 결국 우측 비골 신경마비의 장애를 입게 됐다.
그러자 환자는 의사가 깁스를 재사용해 이같은 결과가 발생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의사의 과실을 인정해 환자의 손을 들어줬고 의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법은 "1차 수술 후 사용한 통깁스는 부종이 빠진 상태를 기준으로 제작된 것으로 2차 수술 후 부종이 있던 다리에 재사용하면 수술부위에 압박이 있을 수 있었다"며 "또한 환자가 비골 마비증세로 볼 수 있는 자리저림 증상을 간호사에게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과실로 인해 신경마비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에 따라 의사는 진료상 과실이나 피고용자인 간호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비골 신경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90%~95%는 자세를 바로 취하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할 경우 저절로 회복될 수 있다"며 "하지만 환자B씨는 다리를 위로 올린 자세를 유지할 것을 지시한 의사의 지시를 어겨 자주 옆으로 누워 지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또한 의료과실이 없더라도 깁스로 인해 비골 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볼때 의사의 책임은 50%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