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처방전 발급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상에서의 진료행위가 위법인지 적법인지에 대한 논란이 의료계 전반에 일고 있다.
지난 2일 인터넷 처방전을 발급하겠다고 나선 아파요닷컴의 민경찬(의사, 44)대표는 인터넷 상이든 아니든 진료행위와 방법을 결정하는 문제는 의사 고유의 처방 결정권이며 이를 규제하는 법적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법 제 18조 1항에 따라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또는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들어 사이버진료는 인터넷상에서 대면치 않고 문진에 의존한다는 이유로 위법사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3년 전 법적 근거부족으로 인해 검찰에서 불기소했던 아파요닷컴의 사이버진료 논란에 대해 2003년 개원가와 관련 단체에서 다시한번 뜨거운 논쟁이 불붙고 있다.
"사이버진료와 인터넷 처방전 발급, 전혀 문제없다"
아파요닷컴의 민경찬 대표는 인터넷 진료시스템에 대해 "의사가 문진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진료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진료하고 대면진료가 환자는 의원에 돌려보낸다"며 "지난 3년간의 운영에서 의료사고는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적 정당성의 근거로는 3년전 복지부가 의료법위반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일사부재리 원칙에 적용, 동일사안 재기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복지부가 주장하는 환자의 약물오남용 소지에 대해 "굳이 인터넷 처방전이 아니라도 기존 지역의원에서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을 인터넷처방만으로 국한하지 말라”며 “환자 자신들의 일반적인 도덕성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어 근래에 의원간의 과당경쟁, 감기전산심사 등으로 의료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특허를 획득한 아파요닷컴의 인터넷처방전 발급 시스템은 획기적이므로 동료의사들의 동참을 촉구하며 종속을 걱정치 말고 함께 운영해 나가자고 민 대표는 밝힌 바 있다.
이에 동조하는 개원의들은 "이미 대세가 인터넷으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며 "심평원이 추진하는 감기 전산심사가 현실화될 경우 수요급감이 예상되므로 간단한 질환의 경우 환자들이 편하게 집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끔 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대표는 더불어 동료의사들에게 "진료의 방법론적인 선택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한 고유권한인 만큼 이것만은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종용했다.
"시기상조, 현행법 위반에 지극히 우려스럽다"
대한의사협회는 인터넷처방전 발급과 사이버진료에 대해 지극히 우려스럽다는 반응으로 이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의협 공보이사는 7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인터넷처방전 발급과 사이버진료는 의료사고의 개연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파요닷컴이 단순질환에 국한해 인터넷 문진으로 진료 적용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는데 이는 출발부터 명백한 오류를 가지고 가는 것"이라며 "단순질환인지 여부의 구별은 의사의 시진, 타진, 촉진, 청진 등의 직접적인 진료행위를 통해 인정되야 한다"라고 밝혔다.
의협 한 관계자는 민 대표가 주장하는 의사의 고유 처방권 훼손논리에 대해 "대한민국 의사는 합법적인 존재로 처방권에 대한 문제는 법적인 틀 안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관계자는 또 "아파요닷컴이 주장하는 현행 법적근거 미비에 대해 일부 수긍하지만 그것은 법원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인터넷 처방전 발급의 위법성은 의료법 제 30조 2항의 의료기관 개설없이 영업할 수 없다는 법문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의료전문 서로합동법률사무소는 "아파요닷컴이 약물오남용 소지를 환자의 도덕성문제로 일축하는 것은 의사의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의사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계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처방에 반대하는 한 개원의는 "사이버진료가 활성화되면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며 "원칙을 세워 법적으로 확실히 대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파요닷컴에 대한 정부의 시각과 대책
복지부와 일선 보건소 그리고 심평원은 사이버진료와 인터넷처방전 발급에 대해 논란시점이 아닌 시행시점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의료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며 사이버상에서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설명만으로 처방할 경우 약화사고의 위험이 있고 처방전 남발,임의조제 등의 우려가 있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의사의 진료에 대한 기준을 명시한 의료법 제18조 1항에 명백히 위반되는 범법행위"라며 문진을 통한 인터넷상 진료행위는 인정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해당 보건소에서 실제 영업행위를 적발할 시 원칙적으로 법적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해당 보건소인 서초구 보건소는 "아직 인터넷진료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으나 위법행위가 관내 관할구역에서 행해진다면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심평원 이규덕 심사의원은 "개인적으로 인터넷 처방전 발급은 의약분업의 큰 틀이 훼손될 소지가 있고 대혼란이 우려된다"며 "인터넷상 문진의 개념은 진찰행위의 일부로 판단되고 기술적 차원에서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급여비가 지급된다는 것은 정당한 의료행위로 간주되므로 실제 인터넷진료의 급여지급 요청시 지급여부는 심평원 내부적인 심사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이 심사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진료를 의사의 진료방법에 대한 고유권한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라며 "각 관련단체들과 협의테이블을 구성해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전망
아파요닷컴은 심평원이나 복지부 등에서 급여관련 삭감이나 진료를 방해하는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진료방해혐의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는 곧 인터넷 진료와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권에 대한 논란 등이 법정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점쳐주고 있다.
법적인 소송시 현행 의료법상 의사의 진료방법과 인터넷을 통한 문진ㆍ처방권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없으므로 3년전 검찰의 불기소 처분 사례와 행정처분 선고유예 등이 판결에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로합동법률사무소 의료 법률자문 관계자는 3년전 복지부의 아파요닷컴 행정처분이 법원에서 선고유예 중이라는 점에 착안하고 이는 법적으로 위법소지가 있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법정공방시 아파요닷컴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인터넷 상 진료에 대한 기술적인 인정부분, ▲문진이 진료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의사의 처방권 훼손 여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관계자는 분석했다.
그는 또 "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현행법상 큰 혼란이 야기될 소지가 있고 문제가 될 시 일사부재리 원칙때문에 기소가 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