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실험실의 세균과 싸웠다면 지금은 공중보건과 역학관리 등을 진료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셈이죠.”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사진, 연세의대 99년졸)은 매일 100명이 넘는 신종플루 환자 진료에서 느낀 심정을 이같이 피력했다.
작년 3월 서울의료원에 부임한 최 과장은 지난 7월 신종플루 진료소와 격리병상이 마련된 이후 휴일도 잊은 채 지금까지 2000여명이 넘는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해왔다.
최재필 과장은 “신종플루 유해에 대비해 올 초 의료원 차원에서 마련한 ‘사스’를 경험한 대만 병원을 견학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금까지 진료한 많은 수의 환자 중 30% 가량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나 내과와 응급의학과간 협력으로 무리 없이 대처해왔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외래 환자의 상당수가 열이 없어도 신종플루를 호소하며 내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기에는 매스컴의 여파로 감염내과 전문의에게 듣고 확인하고 싶다는 불안감이 내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플루로 사망한 노인 환자를 떠올리면서 “초기부터 타미플루를 처방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환자를 떠나보내야 했다”고 말한 뒤 “신종플루 사태를 통해 전염병 치료는 혼자가 아니라 의료진간 협력과 정보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피력했다.
최재필 과장은 “검사결과가 늦거나 수시로 바뀐 정부 정책으로 환자들로부터 안 좋은 소리도 들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나 선후배 의료진들이 고생한다며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였다.
최 과장은 끝으로 “신종플루 환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내과 분야를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겸손한 모습으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