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유행기간에 한시적으로 차등수가제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의료계의 요청에 대해 복지부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얼마 전 신종플루의 효과적인 차단을 위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신종플루를 적극 진료해 확진 검사 없이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처방하도록 동네의원들이 몰려드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차등수가제 유예 건의에 대해서는 비축중인 타미플루가 부족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차등수가제는 의약사의 일일 환자수를 기준으로 75명에 대해서만 수가를 100% 지급하고 76∼100명은 10%, 101∼150명은 25%, 151명 이상은 50%의 진찰료 및 조제료를 깎아 지급하는 제도로, 건강보험 재정안정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매년 수백억원씩 억울한 진료비를 삭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간 의료계는 거듭거듭 이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고, 복지부는 연구용역 의뢰해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환자의 숫자가 어느 시점이나 한계를 넘는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차등수가제는 시장경쟁의 원리,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매우 잘못된 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배경은 차치하고 신종플루 유행기간에 한시적으로 차등수가제를 유예해달라는 의료계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는 복지부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신종플루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감염의 위험도 무릅쓰고 밤낮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일선 개원의들의 사정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힘들게 진료해도 제대로 된 수가를 받을 수 없어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한다. 차등수가제는 이미 비민주적이며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낙인찍힌상태다. 정부는 신종풀루 유행을 맞아 일시적으로 차등수가제를 허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참에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