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위와 복지부가 제약사들의 학회 지원금을 예의주시 하면서 의학회들의 살림살이가 나빠지고 있지만 학술대회 개최지로는 상대적으로 대관료가 비싼 호텔과 코엑스가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이들 학회들은 예산이 부족해 호텔을 빌릴만한 사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호텔을 빌리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A학회 이사장은 16일 "사실 올해 춘계학회가 끝나면서부터 추계학술대회장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며 "그나마 지인이 이 호텔과 친분이 있어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대관할 수 있어 호텔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호텔 대관료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내년에도 다른 장소를 한번 찾아보겠지만 딱히 해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상당수 학회 임원들은 호텔을 대관하는데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COEX나 KINTEX 등 대규모 전시시설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1월에 개최되는 46개 학회 중 호텔이 아닌 곳에서 학회를 개최하는 곳은 단 7개에 불과했다. 결국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이들 학회들의 공통된 하소연.
최근 학회를 마친 B학회도 수년째 일산에 위치한 KINTEX를 고집하고 있다. 매년 참석자가 2000~300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설명.
B학회 이사는 "몇군데 다른 장소를 알아봤지만 이만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전국에 몇군데 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KINTEX가 가장 저렴해 매년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공정위 조사와 복지부의 압박으로 제약회사로부터의 후원금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그나마 예산이 빠듯했던 학회들은 더욱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각광받고 있는 곳이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학병원들의 강당. 하지만 이들 강당들을 대관하는 것도 수월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건국대병원에서 학회를 개최한 C학회 임원은 "사실 올해 초부터 학회 기간에 맞춰 대학 강당을 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나마 인기있는 강당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단체 행사가 금지되면서 가뜩이나 빠듯한 예산이 더욱 쪼들리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학회 개최를 위해 빌리는 발열검사기만 해도 하루 임대료가 100만원대.
B학회 이사는 "일산시에서 계속해서 학회개최를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거기에 발열검사기 등을 설치하느라 다른 해보다 예산이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