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감시 강화로 이번 의학계 추계 학술대회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오해를 살 수 있는 후원금은 주지도 받지도 않고, 모든 지출항목에는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추계학술대회를 가진 류마티스학회 이수곤 이사장(연세의대)은 "지금은 10원도 허투로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꼼꼼히 영수증을 챙겼다"며 "모든 것을 공정거래규약 틀 안에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부스비용도 200만 원 이상 받지 않았다. 과거보다 부스가 줄고 수입도 줄었지만 근근이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학술대회를 할 때 회원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마련하곤 했던 가족동반 프로그램도 사라지는 모습이다.
내분비학회 정윤석 총무이사(아주의대)는 "우리 학회도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선 가족동반 모임을 없앴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가족동반 프로그램을 짰지만 지금은 학술대회의 내실을 기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의혹에서 자유롭게 빠져나갈 수 있는 합법적인 창구를 마련하는 학회도 속속 늘고 있다. 내분비학회, 정신과학회 등 많은 학회들이 별도로 법인을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편법적인 방법으로 지원하거나 지원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A학회 등 일부는 학회 부스비용을 200만 원 이상 받지 못하게 되자 학회지와 학회 홈페이지에 광고를 싣게 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입을 보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내과계열 B학회는 특정 제약회사로부터 비공개로 대규모 스폰서 지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불법적인 지원을 받는 학회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바뀐 분위기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아마 내년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변화된 분위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