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산하 건정심이 약제비 4000억원 절감을 조건으로 병·의원의 수가를 1.4%, 3.0%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리했던 2010년도 수가계약 과정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유례없는 약제비 절감 조건의 수가인상은 앞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건정심, 수가 페널티 관행 무너지다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건보공단과 수가협상에 실패한 공급자단체는 건정심에서 페널티를 적용받아왔다.
지난해의 경우 의원의 수가인상률이 건정심에서 2.1%로 결정됐는데, 이는 건보공단이 최종제시한 2.5% 인상안보다 낮은 수치였다.
건보공단과 수가협상 실패한 공급자단체에 대해 건정심에서의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간의 자율타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올해는 건보공단이 최종 제시한 병·의원 수가 1.2%, 2.7%를 넘어서는 1.4%, 3.0% 인상이 건정심에서 결정되면서, 그동안의 원칙이 무너지게 됐다.
자율협상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의·병협 등 공급자단체들의 주장이 실현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자단체들은 앞으로의 건보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타결 자체에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반면 가입자들과 시민단체는 복지부가 수가협상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내년 건보공단과 의약단체와 자율수가협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건보공단과 협상하는 것보다 건정심으로 가는 것이 이득이라면 누가 건보공단과 협상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약제비 4000억원 어떻게 절감하나
특히 이번 수가결정에는 약제비 4000억원 절감이라는 부대조건이 붙었다. 당초에는 5000억원이었으나 건정심 논의과정에서 1000억원이 줄었다.
건정심은 또 2010년 병원과 의원의 약품비 절감여부를 평가해, 절감목표액 달성시 추가 절감액의 50% 미달성시 미달성액의 50%를 2011년 수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같은 안에 대해 가입자들은 선 약제비 절감 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닌 점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가입자단체는 절감액과 관련해 의도적 청구지연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의협과 병협이 회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약제비 절감을 유도하고 설득할지도 관건이다.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회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과거에도 고가약 처방 자제 운동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회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약제비 절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술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평가방식에 따라 약제비 절감액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제비 절감액 산정 등에 있어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공급자, 가입자, 정부가 추후 만나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