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를 과다복용해 자살을 시도했던 환자가 위세척 중 부상을 입었다며 자신을 살린 의사를 고소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당했다.
응급상황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시 되는 만큼 의사에 대한 주의의무의 기준을 다소 낮춰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응급 위세척 중 의사가 어깨를 심하게 눌러 골절상을 입었다며 의사와 병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환자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26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환자 A씨가 애정문제로 고민하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독실라민 150알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차안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A씨를 발견한 친구 B씨는 급히 환자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고 응급실의 의사 7명은 즉시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응급 위세척을 시도했다.
하지만 환자 A씨는 튜브삽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몸부림을 쳤고 이에 의사들은 환자의 팔다리를 잡고 억제대를 설치한 후 진정제를 투여하고 위세척을 마쳤다.
그러나 환자 A씨는 위세척이 끝난 뒤 일어나 우측 어깨에 통증을 호소했고 엑스선 촬영 결과 상완골두 골정상이 생긴 것으로 판독됐다.
그러자 환자와 가족들은 의사가 어깨를 심하게 눌러 골정상을 입었으므로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1억 2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응급환자의 경우 의사가 의료행위를 주저할 경우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환자가 진료과정에서 입은 손실이 진료를 하지 않았을때 입었을 손해에 비해 현저히 가볍다고 인정되면 환자의 신체를 보존해야 할 의사의 주의의무는 다소 경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기록을 보면 환자가 150알의 수면제를 먹고 호흡곤란과 횡문근, 흉해근, 간부전, 경련이 발생해 목숨이 위독한 상태였다"며 "따라서 실제로 의사의 과실로 환자가 어깨에 상해를 입었다 해도 신속한 위세척으로 생명을 구한 만큼 이를 비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또한 상황을 살펴보면 의사의 진료로 골절상을 입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환자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몸을 부딪혀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환자의 주장은 더 살필 필요도 없이 이유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