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라며 떠들썩하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의료계의 시작은 담담하고 차분하다. 새해를 희망과 포부로 시작할 만한 여유가 없는 듯하다. 안팎으로부터의 도전과 시련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정부가 의료산업화와 선진화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본궤도에 오르거나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더욱 걱정이다. 바야흐로 의료계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은 것이다. 자칫 산업화와 선진화라는 구호 아래 의료시장이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현장이라는 될 수 있다. 우리 의료계는 이런 도전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정책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단결과 리더십 회복이 필수다. 더욱이 어느 때보다 의료계의 종주 단체인 의사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면한 문제는 의료산업화다. 일자리 창출과 규제 철폐라는 구호 아래 검토되고 있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진입장벽 완화 등 의약부문 서비스 산업 선진화는 의료계에 가장 큰 도전이다. 각종 정책의 본질과 파급효과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결코 꾀로는 깊은 강을 건널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정도를 걷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의료계 지도층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지도층들은 민초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힘을 한데 모아 난국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지도력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초들의 신뢰를 얻는 관건은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또 정책의 결정은 투명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지도부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 앞에는 엄청난 변화의 과제가 놓여 있다. 시장의 문턱을 완전히 허물어야 할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거듭 강조하지만 난국 타개의 첩경은 바로 지도력의 신뢰 회복임을 알아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의료의 산업화와 시장의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더 강력한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다 의료계 내부적인 문제인 양극화, 영역파괴, 도덕적 해이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안팎으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리더십을 회복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의사협회와 의료계 지도층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변화의 바람을 기회의 바람으로, 악재를 호재로 바꿀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 못한다면 의료계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더 가중될 것이고 많은 의료인이 어려움을 겪게 된 책임은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한 지도층들이 고스란히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