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의사와 간호사 등 응급실 의료진이 술에 취한 환자에게 1시간동안 폭행을 당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병원계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특히 주취자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대구 Y대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와 일행 3명이 빨리 치료를 하지 않는다며 의사와 간호사, 보안요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Y대병원 관계자는 6일 "술에 취한 환자가 의료진과 말다툼 끝에 이들을 폭행하고 이를 제지하는 보안요원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현재 병원 전체가 사건의 진상파악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료문제가 아닌 단순한 행패에 가까웠다"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사건 수습 및 재발방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일행은 병원에 들어오자 마자 치료를 요구했으며 의료진이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전하자 빨리 치료를 하지 않는다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환자는 눈 주위에 멍과 자상이 발생한 상태로 응급실로 왔으며 일행들도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다는 점에서 폭력사건과 연관돼 병원에 내원했다가 분을 삭히지 못하고 의료진들과 충돌을 빚은 것으로 병원측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30여분이 지나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환자와 일행, 의사와 보안요원이 뒤섞여 펼쳐진 아수라장은 1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정리돼 환자들은 큰 불안에 떨어야 했다.
더욱이 환자와 이들 일행은 경찰이 출동하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곧바로 도주, 병원을 빠져나가 경찰이 수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Y대병원 관계자는 "새해 초부터 이러한 사건이 벌어져 참담할 따름"이라며 "의료진과 환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등 12명의 의원은 경찰이 상습취객, 알콜중독자 등에 대한 응급구호를 요구할 경우 의료기관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해 병원계와 큰 마찰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