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혈액투석 정액수가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2001년 도입된 의료급여 혈액투석 정액수가제는 13만6000원으로 책정된 이후 10년째 묶여있는데, 이로 인해 과소진료 및 신기술 미반영 등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신상진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혈액투석 의료급여 환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경상대 박기수 교수는 의료급여 혈액투석환자의 수가체계 개선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낮은 정액수가제로 인해 의사들의 92%가 투석액이나 약물선택에 있어 망설여진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정액수가를 행위별 수가로 전환하거나 행위별 수가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정액수가제를 보험수가와 연동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은 정액수가제가 중증도를 고려해줄 것과 적정한 인공신장실 지침을 마련, 또 야간투석 및 공휴일 투석시 가산제를 적용해 의료기관들이 의료급여 환자의 투석을 기피하는 일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정액수가를 정액점수화해 수가수준을 높이고, 필수약제와 검사에 대한 주기를 명시해 의료기관의 과소진료를 방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중증도 고려와 관련해서는 "학회차원의 자체정화 노력뿐 아니라 심평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혈액투석적정위원회의 구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익희 회장은 혈액투석 정액수가제하에서 다른 약제를 분리 청구할 수 없기에 일부 의료기관들은 과소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빈혈이 심한 환자에게 저용량의 'Erythropoientin 주사제'를 처방하고,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제네릭 의약품을 선호 ▲의료급여환자 기피 ▲'비칼슘 및 비알루미늄 인산염 흡수방지제 처방 기피 등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 회장은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정액수가에 맞추기 위해 사용된 투석액값과 수도값 및 전기료를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 4시간 투석을 권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Erythropoientin 주사제' 및 고가약 분리 고시, 중증도 차이에 따른 행위별 수가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신장학회 전로원 보험법제이사는 혈액투석 정액수가가 2001년 당시의 건강보험 수가와 실거래가 수준의 약품 및 재료비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새로 개발된 의약품이나 재료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약가 차이로 의료급여 환자에 투여를 주저할 수 있고 의료급여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불평등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이선희 교수는 미국와 일본 등은 혈액투석시 약제나 재료들에 대해 별도보상을 통해 투석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도 수가체계의 개선과 공급자 내부의 자율적인 질관리 노력을 통해 투석환자에 대한 적정 질 보장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정액수가의 틀은 유지하되, 현재의 혈액투석 정액수가의 적정성 및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의료급여과 김기환 과장은 "의료급여는 건강보험과 달리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공공부조 성격의 제도"라면서 "국가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현행 정액수가체계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만 "혈액투석 정액수가의 적정성 및 조정 필요성은 검토하겠다"면서 "수가조정에 따른 중증만성신부전증 환자 등 의료급여 수급자의 적정진료 담보, 혈액투석 의료기관의 인력·시설 확충, 의료급여 재정추이 등에 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