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일제에서 해방되던 1945년을 전후로 태어나 척박했던 국내 의료계를 일으키며 후학을 양성하던 의료계의 해방둥이들이 정든 교단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모교의 수장으로 또는 학회의 임원으로 수십년간 국내 의학계의 기반을 다지던 이들 원로교수들은 이제 후배들에게 그 바통을 넘겨주고 퇴임을 앞두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15일 전국 의과대학들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퇴임을 앞둔 교수들을 조사한 결과 현재 국시원장을 맡고 있는 김건상 중앙의대 교수 등 40여명이 정년퇴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원장을 맡고 있는 중앙의대 영상의학과 김건상 교수. 그는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1945년 정주(현 전북 정읍군)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중앙대병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7년 중앙대병원에 전임강사로 교편을 잡은 이래 중대 용산병원 진료부장, 중대 용산병원장을 지냈으며 1997년에는 중대의료원장을 역임했다.
의학회와 의사협회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족적을 남겼다. 대한초음파의학회 이사장과 회장을 맡아 학회를 반석위에 올렸고 방사선의학회에서도 이사장과 회장을 거쳤다.
또한 대한의학회에서 수련교육이사, 기획이사, 부회장을 거쳤고 의사협회에서는 고시실행위원, 대의원회 부의장, 고시실행위원장, 부회장을 맡아 의료계를 이끌었으며 지난해부터는 국시원장을 맡고 있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의료계의 반석을 쌓아온 그이기에 퇴임을 앞둔 소회도 남다르다.
김건상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강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것 만큼 국내 의학도 하루가 다르게 초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며 "선진국들의 의술을 배우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SCI 논문들을 쏟아내며 세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의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대에서는 내과 김유영 교수를 비롯, 신경외과 조병규 교수, 소아청소년과 최용 교수가 퇴임한다.
김유영 교수는 1969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대한알레르기학회, 임상양리학회 이사장을 거쳤으며 아-태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 회장, 세계 천식학회 부회장을 거친 의학계의 거물이다.
조병규 교수는 1978년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최용 교수는 서울의대에서 학, 석, 박사를 받은 뒤 소아과교실 주임교수를 맡아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연세의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료자문관을 지낸 이비인후과 김희남 교수를 비롯,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 이국 교수, 조동제 교수, 병리학 이광길 교수, 소아과 이재승 교수, 비뇨기과 최승강, 최형기 교수, 정형외과 한수봉 교수가 교편을 놓는다.
김희남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료자문관을 거쳐 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국내에 인공와우를 최초로 도입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이재승 교수는 SCI급 논문만 101편을 포함, 30년이 넘는 교직생활동안 434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귀감이 됐던 교수로 의학한림원에서 활동중인 석학이다.
가톨릭의대에서는 생화학교실 김인경 교수를 비롯, 산부인과 김진홍 교수, 병리학교실 심상인 교수, 정신과 유태열 교수, 산부인과 정재근 교수, 한구택 교수가 퇴임을 앞두고 있다.
김인경 교수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 학생처장, 교무처장, 교학부장, 연구처장, 산합협력단장을 거치며 가톨릭의대를 이끌어 왔으며 생화학-분자생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또한 심상인 교수도 대한병리학회 회장을 지내며 학회발전에 일조했고 김진홍 교수는 대한폐경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학회를 이끌었다.
현재 순천향의료원장을 맡고 있는 변박장 교수도 퇴임교수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변박장 교수는 1975년 신경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하버드의대 교수를 지냈으며 대한신경외과 이사장을 역임한 후 순천향대병원장을 거쳐 현재 순천향대의료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건국의대 김원동 교수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장을 거쳤으며 울산의대 학장을 지낸 후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아의대 손성근 교수도 이번에 퇴임한다. 손성근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동아의대에 자리를 튼 뒤 동아의대 학장, 동아대병원장, 동아대의료원장을 맡으며 동아의대를 이끌어 왔다.
이밖에도 이비인후과학회 회장을 지낸 차창일 교수(경희의대)와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무석 교수(정신과), 대한병리학회 회장을 맡았던 안긍환 교수(성균관의대) 등도 정년퇴임을 준비하며 제2인생 준비에 한창이다.
다양한 길을 걸어온 교수들이니만큼 또 다른 인생을 떠나는 길도 다채롭다. 보직을 이어가는 교수들이 있는가 하면 자리를 옮기는 교수도 많다.
우선 현재 국시원장을 맡고 있는 중앙의대 김건상 교수는 남은 임기동안 국시원 일에 전념할 계획이며 순천향의료원장을 맡고 있는 변박장 교수와 동아대의료원장으로 활동중인 손성근 교수도 임기가 끝날때까지 의료원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서울의대 김유영 교수는 3월부터 을지병원에 석좌교수로 부임하며 최용 교수는 해운대 백병원에 새 둥지를 튼다.
또한 성균관의대 안긍환 교수는 이미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들과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고, 연세의대 김희남 교수는 개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