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항생제 내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병원균을 추적해 이를 차단하는 차세대 항생제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 생명과학공학과 이상엽 교수팀은 최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병원성 미생물 가상세포를 통해 병원균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표적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방식은 병원균의 대사 유전자, 효소반응을 짧은 시간안에 검토, 예측해 이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즉, 인체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주면서 병원균만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표적약물 치료법의 기반이 되는 것.
지금까지도 병원성 세균의 치료에 항생제가 사용됐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해 내성이 높아지고 있어 감염이 되면 치유가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병원균이 바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aii).
본래 흙이나 물에서 쉽게 발견되는 이 미생물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지 않아 치료가 쉽고 건강한 사람은 잘 감염되지 않는 균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에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로 변했고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다수의 미군과 프랑스군도 이 균에 감염되면서 상처가 낫질 않아 많은 희생을 야기했다.
이에 이 교수팀은 데이터베이스에 산재해 있는 생물정보와 문헌정보를 통해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의 게놈과 전체적인 대사특성을 알아냈고 이를 컴퓨터에 입력, 분석, 디자인해 가상세포를 구축했다.
또한 다양한 네트워크 분석기법, 필수 대사반응 및 대사산물 분석 등 융합 방법론을 이용해 이 병원균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약물표적을 예측했다.
곧, 인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병원균에게만 작용하는 최종 약물표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필수 대사반응은 생명체가 대사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효소반응을 말하는 것으로 며, 필수 대사산물이란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대사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화학물질로서 이들을 제거할 경우 이와 반응을 하는 효소들을 모두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이 약물표적은 가상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대사 유전자, 효소 반응, 신진대사들의 기능을 짧은 시간 안에 빠짐없이 체계적으로 검토해 예측함으로써 그 신뢰성을 높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시스템 생물학 연구기법을 이용해 처음으로 필수 대사물질의 체계적인 발굴을 통해 효과적인 약물표적을 찾고, 나아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한 병원균에 의한 감염 현상과 신약개발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수많은 생물의 게놈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것을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로 전환하는 데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아시네토박토 바우마니의 게놈 정보로부터 의학적으로 실용성이 있는 정보를 재생산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 병원균의 가상세포 개발은 특정 환경에서 필수 유전자나 효소 반응에 대한 대량의 새로운 생물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 화학 관련 학술단체 RSC(The Royal Society of Chemistry)에서 발간하는 분자 바이오시스템(Molecular BioSystems)지의 2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