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형제가 위암일 경우 위암 발병률이 2.85배 더 높고, 위암환자의 직계가족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그 위험이 5.3배까지 치솟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위암 직계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위암 직계 가족력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및 여러 인자와의 체계적 연구를 통해 이 두 가지 인자 사이의 연관성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가 2003년 5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위암 환자군 428명과 위암이 아닌 환자군 368명을 대상으로 위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위암 발병률은 직계 가족 중 위암이 있을 경우가 2.85배로 가장 높았고, 헬리코박터 감염이 있을 경우에는 1.85배, 흡연자은 1.83배, 어린 시절 시골에 거주했을 때는 1.53배,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경우에는 1.51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과 100만~500만원 사이 구간을 비교했을 때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500만원 이상과 100만원 이하를 비교한 그룹에서는 100만원 이하에서 2.16배 더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김나영 교수는 “어린 시절의 주거형태가 위암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5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헬리코박터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는 시골에서 더 잘 감염되는데, 성인이 되어 도시생활을 하더라도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다면 위암 발병률이 더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 위험인자는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복합될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암 직계 가족력과 헬리코박터가 동시에 있을 경우에는 위암 발병률이 무려 5.32배로 의미 있게 높아졌고,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서 흡연을 한 경우에는 4.86배 더 높아졌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연구가 거듭될수록 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로 밝혀지고 있는 위점막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면 점차 만성 위염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헬리코박터균이 위 안에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결국은 위 점막을 얇게 만드는 위축성 위염을 일으킨다.
위축성 위염은 위세포 모양을 장세포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장상피화생’을 동시에 일으키는데, 이러한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오랜 세월이 흘러 결국 위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2005년도 우리나라 16세 이상 헬리코박터 감염 유병률은 59.6%로 조사될 만큼 한국인들에게 흔하다.
이 중 80%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모두에게 제균 치료를 권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위암 직계 가족력이 있는 헬리코박터 감염자는 반드시 제균 치료를 해야 한다는 가이드를 제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위암 전단계인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발전하는데 10~20년이 소요되고, 50대 이후부터 위암 발병률이 급증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장상피화생이 발생하기 전인 20~29세 연령대가 가장 효과적이다.
김나영 교수는 “위암 직계 가족력이 있다면 20대 젊은 연령에서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검사하여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해야 한다”며 “한국인에게 호발하는 부동의 1위 암인 위암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헬리코박터 검사와 치료에 의료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나영 교수의 이번 연구는 미국 소화기 학회지인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