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4월 들어 본격적인 춘계학회 시즌에 돌입했지만, 제약사들의 학회 지원은 예년과 비교해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학회시즌과 맞물려 시행된 공정경쟁규약 때문이다.
제약협회가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이 규약은 업계 자율규약형태지만, 규약에 어긋나는 행위(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공정위에 고발될 정도로 구속력이 크다.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판명되면, 약가 인하까지 초래될 수 있다.
업계가 춘계 학회지원에 몸을 사리는 이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4월에 열리는 춘계학술대회는 대한심장학회(16~17일), 대한비만학회(18일), 대한내과학회(23~24일) 등 5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학회 지원 열기는 예년과 다르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공정경쟁규약 시행으로 학회 지원에 대한 규제사항이 많아지면서, 공격적인 움직임보다는 규약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통상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아예 규약 초반에 학회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도 있었다.
다국적 A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작년 춘계학회 시즌과 비교했을 때 확시히 줄은 것이 사실"이라며 "규약 자체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행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도 쌍벌죄 도입 논의 여부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라며 "무리한 지원 요구는 하지 않는 것이 요즘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국적 B사 관계자도 "정확한 수치를 비교해 보진 않았지만, (작년에 비해) 확실히 줄은 것은 맞다"고 했다.
국내제약사도 같은 분위기다.
국내 C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약을 많이 쓰는 내과학회, 심장학회, 비만학회 등 큰 학회만 일단 지원하기로 했다"며 "(여러 제약사가) 다같이 지원하는 학회는 몰라도 (상대적 규모가) 작은 학회는 지원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같은 시기에) 튀는 행동하면 오해살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다만 규약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회사도 더러 있었다.
국내 D사 관계자는 "규약이 정해진 만큼, 규약에 따라서 학회 지원은 예전과 변함없이 행해질 것"이라며 "예전에 100만원 짜리 지원을 한 개 했다면, 올해는 10만원 짜리 지원을 10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던 걸 안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규약에 맞게 합당한 절차를 통해 지원을 계획 중이다. 규약 자체로 말미암아 영업 환경이 위축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