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회들이 학술지를 SCI에 등재하기 위해 영어 논문 비중을 높여가면서 한글 논문의 위상이 점점 실추되고, 설 자리를 잃게 되자 국문 학술지를 새로 발간하는 학회도 생겨나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이사장 민원기)는 내년 1월부터 국문 학술지를 발간하기로 하고, 내달 1일부터 온라인 투고를 개시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최근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문 학술지 발간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지(KJLM)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SCIE에 등재될 정도로 학술적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한글 학술지 편집위원장인 장철훈(부산의대) 교수는 “학술지를 SCI에 등재하고, 영향력 지수를 높여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영문 전용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미 KJLM은 국영문 혼용잡지지만 영어 논문이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장 교수는 “이에 따라 KJLM의 영문화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그럴 경우 적절하게 쓰여진 한글 논문을 발표할 지면이 없어진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환기시켰다.
이에 따라 진단검사의학회는 민원기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KJLM 영문화와 함께 한글 학술지 별도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우리말로 출판되기를 기대하는 국내 독자층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복지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기자들에게는 한글로 된 논문이 중요하고, 초중고 교과서에 실릴 내용들도 있을 수 있다”면서 “학계에서도 한글과 우리말을 보존 발전시키기 위한 홍보 목적으로 한글 학술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록 학문의 세계가 국제화되면서 많은 전문학회에서 한글을 포기하고 영어로만 표기하는 추세에 있지만 국민들에게 진단검사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한글로 된 학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는 수련중 반드시 주저자로서 1편 이상의 논문을 학회 공식 학술지에 게재해야 하는 점도 한글 학술지 발간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한글 학술지도 학회의 공식 학술지의 지위를 부여받을 것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의 필수 논문을 흡수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