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이 산부인과 의사를 유치, 분만병원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강진군에서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에 문의가 쇄도했지만 막상 협의과정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강진군보건소 김정식 소장은 19일 "지원의사를 밝힌 의사들을 직접 만난 결과 의사들의 요구안이 워낙 높아 군 차원에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며 "지금까지 접촉한 지원자들과는 협의가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자 상당수가 병원건물 이외에도 고정적인 월급, 병원 운영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재정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며 "이는 지자체 차원에서 수용 가능한 선을 넘어선 것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불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초반에 지원의사를 밝힌 의사가 많아 쉽게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이 곳곳에 있었다”며 “일단 4월말까지 지켜보고 이후에도 결정되지 않을 경우 산부인과 병원설립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진군은 지난 달 산모들이 타 지역으로 원정 출산하는 불편을 해소시키고자 산부인과 전문의 공모를 통해 산부인과 병원을 설립, 운영해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산부인과에서 진료 및 운영해 나갈 산과 전문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또한 지원의사를 밝힌 의료진 상당수가 고령의 산부인과 의사들인 반면 실제 산모들은 젊은의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만약 고령의 의사로 결정될 경우 실제로 산모들이 해당 병원을 얼마나 이용할 지 의문이다.
김 소장은 “실제 군내 산모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본 결과 지방의 산모들 역시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았다”며 “특히 분만 등 산부인과 진료는 외과적인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고령의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실제 개원한 개원의들과 많은 논의를 한 결과 군 단위 지역에서 산부인과 원장이 혼자 분만 산부인과를 경영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우려를 표했다”며 “분만에 대한 위험 때문에 산부인과는 원장 이외에도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추가로 요구되는 등 갖춰야 하는 게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진군 측은 최악의 경우 기존 산부인과 병원 설립 계획을 접고, 그 예산을 인근의 도립의료원 내 산부인과를 지원해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 소장은 “학회 측에 협조공문을 통해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100여명 안팎인 상황에서 군 단위 소규모 산부인과가 될 만한 의사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단 이달 말까지 적절한 산부인과 찾기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적임자가 없을 경우 도립의료원 산부인과 활성화 사업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