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공정경쟁규약 이후 극도로 위축된 마케팅 활동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시점에서 책 잡힐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마케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일 개최된 전국약사대회에는 국내외 제약사 30여 곳이 부스를 설치하고 행사를 지원했다.
이번 행사는 2만 여명의 전국 약사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특히 동국제약, 동화약품 등 일반약 주력 회사들의 부스 설치가 많았다.
하지만 부스 행사 분위기는 예년과 많이 달랐다.
부스 주변은 여느 때와 같이 행사장을 찾은 인파(대부분 약사)들로 북적거렸지만, 제약사들의 마케팅 활동은 크게 위축돼 보였다.
국내 모 OTC 마케팅부 관계자는 "약사대회에 두 번째 참여하는데, 3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올해는 부스 개수도 제한되고, 경품 행사도 없다. 간단한 자사 일반약 샘플만을 나눠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OTC 마케팅부 관계자도 "이미 부스를 설치하기 전에 약사회 등과 몇 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어떤 행사를 진행할 건지 사전 조율이 있었다"며 "보시다시피 요란하게 행사를 진행하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OTC 마케팅부 관계자는 언론 취재에 부담스러운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부스 진행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회사는 RFID(전자태그)를 적극 홍보한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는 한미약품 2개, 한미IT 2개 등 총 4개의 부스를 설치했고, 양 쪽에 과일 음료와 커피를 제공했다. 부스 중간에는 간단한 퀴즈를 맞추면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다른 회사들이 자사 일반약 샘플만을 나눠줬던 것과 비교하면 가장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쳤던 셈이다. 해당 부스에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한 OTC 마케팅부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전통적으로 마케팅 전략이 기발하다"며 "식음료를 제공하고 간단한 경품 행사 등이 불법은 아니지만, 다들 몸 사리는 분위기에서 정말 대단한거 같다. 의약분업 이후 가파른 성장을 한 배경이 이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OTC 마케팅 관계자도 "RFID를 활용해, 기업당 부스 갯수가 최대 2개로 제한된 상황에서 4개까지 차지한 아이디어가 놀랍다"며 "이렇게 부스 갯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구나 속으로 감탄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한미약품(한미IT 포함)이 4개 부스를, 동아제약, 일동제약, 일양약품, 중외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부광약품, 녹십자, 광동제약, 보령제약, 태평양제약, 유한양행, 삼진제약, 한독약품이 2개 부스를, 나머지 기업은 1개 부스를 설치하고 약사대회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