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간암의 암 촉진 유전자를 밝혀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의학연구센터 염영일 박사팀은 항암물질로 알려진 TGFβ가 오히려 간암환자에게는 암을 촉진시킨다는 작용원리를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간암 환자에서 많이 분비되는 TGFβ가 항암성 생리활성물질(사이토카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암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TGFβ가 정상세포에서는 c-Myc이라는 세포증식 유전자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암 억제유전자로 작용하나 간암에서는 c-Myc을 억제하는 기능이 마비돼 암 억제자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암 전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정상세포에서 TGFβ가 c-Myc을 억제, 항암작용을 하게 되는 것은 TGFβ가 TTP(tristetraprolin)라는 암억제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이 물질이 c-Myc을 공격하여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TGFβ가 TTP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독특한 모양의 분자스위치(CpG 스위치)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간암 세포에서는 이 스위치가 DNA 메틸화 (DNA methylation) 현상에 의해 기능이 마비되고 그 결과 세포가 TGFβ의 암 억제 기능에 저항성을 갖게되면서 간암 세포에서는 TGFβ 신호전달회로의 기능이 암 억제 모드로부터 암 촉진 모드로 전환되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TGFβ는 다양한 상피세포와 조혈세포의 성장, 이동, 분화 및 사멸 (apoptosis) 등을 조절하는 다기능성 사이토카인으로 정상적으로는 사람의 상피세포 성장을 억제시킨다.
하지만 암 세포에서는 이 기능이 소실되고 오히려 암의 전이성 진행을 촉진시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암 세포에서 TGFβ 신호 전달체계의 이상이 발견되고 있지만 신생 혈관 형성, 암 세포 침윤 및 전이 등 암의 발생과 악성 진행에 유리한 기능들은 암세포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오직 세포증식 억제기능만 선택적으로 소실돼 암이 악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암 연구자들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간암에서 항암성 TGFβ 신호전달체계가 암 촉진성으로 변환되는 메카니즘을 새로이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라며 "암환자 사망의 결정적 요인인 암 전이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GFβ 신호의 기능을 정상화시킴으로써 암의 악성 진행을 조기에 차단하는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소화기학분야의 세계 최고 저명 학술지인 ‘소화기학’ (Gastroenterology) 5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