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전국 의사대표자 대회 자유발언 코너에서 경만호 회장 등 의협 집행부는 냉탕과 온탕 사이를 오갔다.
회원들로 부터는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강한 질책을 받았지만, 회장과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깨가 으쓱했다.
첫 자유발언자로 나선 인천시의사회 박상현 보험이사는 "개인적으로 의협 회장님께서 정치력이 있고 부족한 의권을 향상시키리라 믿고 따랐다. 그러나 쌍벌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반대하는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정치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화살을 날렸다.
그는 이어 "지금은 현 상황에 대한 반성을 하고 단결과 투쟁을 얘기해야 한다. 집행부가 일을 제대로 했는지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우리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집행부와 바른 리더를 세워서 똘똘 뭉쳐야 한다"며 "부끄러우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집행부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게 아니라 기성세대 의사들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가 리베이트 쌍벌제 수용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의사회 박정하 대표는 "쌍벌제 법안이 통과된지 수일만에 수용한다고 발표해놓고 이런 대회를 하고 있다. 나는 수입의 7%를 리베이트로 의존해 왔다.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합법적인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우리의 권리인데 집행부는 이를 수용했다"며 "입장을 바꿔 지금이라도 헌법소원 하고 파업까지 고려하는 등 강력한 행동과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시의사회 조행식 총무부회장은 "경만호 회장은 얼마 전 의사협회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했는데 여전히 그런 생각이라면 의사협회 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100% 회원들의 권익과 생존을 위해 행동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집행부를 옹호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경기도의사회 최현주 부회장은 "의협에 대한 내부적 반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의사회 힘을 키우기 위해 정치운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적인 역량은 전체적으로 약계를 따르지 못한다. 지금은 진취적으로 경만호 회장을 밀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사회 허정 감사는 "지금은 모든 회원이 내부 갈등을 멈추고 단결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정부와 시민단체에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김태화 전공의는 "대다수 전공의 젊은 의사가 2000년 의료대란 때 투쟁 경험 있다. 쌍벌제는 의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너뜨렸다"며 "오늘 이 자리는 정부를 향한 투쟁 선포식이다. 집행부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가 단결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