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고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의학의 경향에 맞춰 끝없이 분화하던 의학회들이 다시 대승적인 차원의 정책과 학술집담을 위해 헤쳐모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학회들은 세분화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특정 분야에 매몰되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협의회를 구성해 대규모 모임을 기획하는 등 머리를 모으는데 한창이다.
17일 의학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가장 활발하게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암' 분야다.
전문화 경향에 맞춰 세분화됐던 학회들이 큰 틀에서 의학발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보자며 '암 협의회'를 구축하고 상당한 협의를 이끌어 낸 상황.
대한암학회를 중심으로 폐암학회, 위암학회, 방사선종양학회 등 암과 관련된 학회들이 참여하는 '암 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회의를 가지며 향후 협의회가 가야할 길과 구성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암학회 관계자는 "암이라는 질병 자체가 워낙 세분화되어 있다보니 그동안은 그에 맞춰 의학과 학회가 계속해서 분화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세분화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자신의 분야에 매몰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잘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암 협의회가 이러한 가교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대사질환에 관련한 학회들도 힘 모으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고지혈증이면 고지혈증, 당뇨면 당뇨에 집중하는 한편, 큰 틀에서 대사질환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논의해보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당뇨병학회를 비롯, 신장학회, 대사학회, 비만학회 등 대사질환에 관련된 학회들의 이사장, 회장들은 물론, 학술이사 등 임원진들은 모임을 갖고 이같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질병에 따라 나눠졌기는 하지만 결국 이들 학회들 모두 대사질환이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며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대사질환이라는 큰 틀에서 각자의 지식을 공유하고 협조해 보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들 학회가 이처럼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정부정책에 효율적으로 대응해보자는 것이다.
각개전투로 정부에 대응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큰 단체로서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보다 협상력이 강해지지 않겠냐는 것.
암 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에는 암과 관련한 각 학회 회장과 이사장은 물론, 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며 "국가의 암 정책에 대해 전문가 단체로서 참여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각 학회가 개별적으로 참여할때보다 협상권과 목소리도 당연히 커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