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희(58, 가명)씨는 위암으로 7개월 전 위절제술을 받고 현재 외래 치료 중이다. 그러나 2개월 전만 해도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절제술 후 그는 주치의로부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제 수술 후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미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들도 '천만 다행'이라며, 최씨를 격려했다.
그러나, 정작 최 씨의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 져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시 큰아들이 유수 대기업에 입사를 해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최 씨의 마음은 기쁜 마음 보다는 이유 없는 피로함과 무기력감 더 많이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국 가족들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그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암으로 인한 충격과 무기력감 때문에 자신이 우울증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됐다. 다행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꾸준한 치료가 이루어졌고,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 이제는 암 발생 전 이웃들과 참여했던 독거노인 자원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을 개소하고 6월부터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간다.
31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정신건강클리닉은 암센터 내에 위치한 독립된 외래 공간에서 이뤄지며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간호사에 의해 진료와 상담이 진행된다.
또한, 당일 진료와 더불어 정신건강과 관련된 심리검사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클리닉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의 사전 진료를 통해 암 진단 후 우울증, 불안증 및 불면증이 동반된 환자와 각종 암의 치료 과정에서 피로, 통증 및 기분변화 등의 적응장애를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와 상담을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암환자들은 암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우울, 공포, 불안 등과 같은 심각한 정신심리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9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약 42%의 암환자들이 우울 및 불안증을 실제로 겪고 있거나 향후 이러한 정신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암환자에 대한 정신과적 관리가 체계화 되어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통계와도 유사한 수치이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통계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2007년 12월 암센터 개원 이후 정신과로 협의 진료가 의뢰되는 건수가 월평균 약 200여 건으로 약 63%나 증가한 것.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장은 "앞으로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을 통해 암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전문적인 정신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환자 중심의 진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
윤세창 정신건강클리닉 팀장(정신과)은 "정신건강 전문클리닉이 이제야 개소가 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정신종양 전문가에 의한 전문 클리닉을 통해 많은 암환자들이 심리적 불편없이 암을 극복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