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병리조직검사 수가를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병리과 전문의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특히 대한병리학회는 수가 인하로 인해 병리과 전문의 업무량을 가중시켜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1일 복지부가 제출한 병리수가 인하안을 의결했다. 수가는 7월부터 인하된다.
이에 따라 생검 △1~3개가 322.75점에서 282.35점 △4~6개가 483.93점에서 380.51점 △7~9개가 645.33점에서 478.66점 △10~12개가 806.62점에서 589.09점 △13개 이상이 967.89점에서 687.25점으로 각각 인하된다.
또 절편이 필요한 경우 △파라핀 블록 6개 이하가 536.49점에서 445.87점 △파라핀 블록 7개 이하가 804.58점에서 636.85점으로 상대가치점수가 낮아졌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2009년 1월 시행된 병리조직검사의 행위 재분류, 급여기준 완화로 나타난 건강보험 지출 총증가분 327억원의 52%에 해당하는 상대가치점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수가를 인하했다.
이번 수가 조정으로 작은 병리검사 검체 수가가 대폭 인하됨에 따라 수탁검사기관 등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정심에서 수가 인하 결정이 내려지자 대한병리학회(이사장 서정욱)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정욱 이사장은 “병리조직검사는 전문의가 꼼꼼히 현미경으로 보면서 암세포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진료행위인데 가뜩이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병리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수가 인하는 부실 판독을 초래해 오진 위험을 급속히 증가시킬 것”이라고 질타했다.
무엇보다 내시경 조직검사, 자궁경부 등 작은 조직의 병리검사 수가가 인하돼 조기암 진단 실패가 우려되고 있다.
병리학회는 그간 낮은 병리검사 수가로 인해 병원에서 병리과 의사를 채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누차 지적해 왔다.
병리학회에 따르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286개 가운데 병리과 전문의를 채용하고 있는 곳은 16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병원에서는 병리검사 검체를 수탁검사기관으로 위탁하고 있다.
수탁검사에서 처리하는 병리조직 검체는 전체의 40%이며 72명(14%)의 전문의가 이들 검체를 처리하고 있어 업무량 과다로 인한 오진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병리과 전문의 1인당 연간 조직검사 판독건수를 보면 대학병원 종사자가 평균 4300건인데 반해 수탁검사기관 종사자는 이보다 4배 많은 1만 6700건에 달한다.
서재홍 대한병리학회 회장은 “이번 병리검사 수가 조정으로 수탁검사기관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 회장은 “병리과 전문의 수급 부족과 업무량 과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수가를 대폭 인하하는 것은 국민을 오진 위험으로 모는 것과 같다”면서 “병리진단이 국민 건강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서정욱 이사장도 “동일한 전공의 공급 부족 문제를 안고 있지만 임상진료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면서 병리과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가를 인하하는 정부당국과 의료계에 실망이 크다”고 비난했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병리과는 모두 전공의 기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외과, 흉부외과에 이어 이날 산부인과 수가를 대폭 인상하면서 유독 병리 수가를 인하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서 이사장은 “병리검사 수가만 조정된 것을 보면서 힘없는 병리과 전문의의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장 수련을 중단하겠다는 전공의를 만류하는 것이 급하다”고 토로했다.
서 이사장은 “내년도 병리과 전공의 지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병리 전문의 수급 부족으로 인한 전문의 업무량 과중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병리과 전문의 수급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