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A산부인과 김모 원장은 몇일 전 직원 2명으로부터 사직서를 받았다. 평소 일을 잘했던 직원들이라 잡고 싶었지만, 인근 병원에서 월급 20만원을 더 올려주기로 했다는 직원들의 얘기에 김 원장은 그들을 잡지 못했다.
최근 지방 개원가의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의료기관간에 직원을 뺏고 뺏기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임금을 높이는 등 직원 복리후생을 높이는 방안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기존 병원 입장에서 직원들 잡기란 쉽지 않다는 게 개원가의 설명이다.
특히 경영이 어려운 개원의들은 낮은 연봉에 신입직원을 뽑아 1~2년간 교육시켜 놓으면 번번히 뺏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들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원장은 “평소 일을 잘하던 직원인데 이렇게 나가게 돼 한숨만 나온다”며 “그렇다고 갑자기 월급을 20만원씩 올려줄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B정형외과 이모 원장은 "요양병원 등 환자가 많은 병원들이 직원을 빼가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간호인력 구하기 쉽지 않은데 수차례 직원들이 인근 병원으로 빠져 나가면 속상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지역의사회는 의사회 차원에서 조정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천안시의사회는 의사회 윤리규정에 인근 의료기관의 직원을 채용시 해당 병원장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또 만약 직원이 인근 의료기관으로 옮기려면 3개월이 지난 후에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즉, 지역 내 의료기관들간에는 직원을 뺏고 뺏기는 일로 얼굴 붉히는 일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천안시의사회 관계자는 “도심의 경우 그나마 괜찮지만 군단위 의료기관들은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근 의료기관들간에 직원들을 뺏고 뺏기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모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직업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직원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하겠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게 맞지만 이렇게 되면 영세한 개원가는 매번 직원을 뺏기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씁쓸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를 막으려면 금전적인 부분 이외에 직원들을 붙잡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