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리학회(이사장 서정욱)는 보건복지부에 이달 14일까지 병리 수가 현실화 방안을 제시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렇지 않으면 실력행사에 들어가겠다는 것이어서 일선 의료기관의 진료대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병리학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강창석)는 8일 비상총회를 거쳐 이 같은 입장을 확정했다.
비대위는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부당한 병리수가 인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7일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에 대해 전폭적으로 그 뜻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는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단 업무에 복귀하고, 비대위의 대응을 주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비대위는 “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이달 14일까지 병리검사 수가 현실화 등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비대위 이건국(국립암센터) 대변인은 “7월 1일부터 병리검사 수가가 인하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복지부와 심평원은 병리검사 수가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건정심이 병리검사 수가를 15.6% 인하한 결정을 백지화하든지, 최소한 향후 병리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당장 병리검사 수가 현실화 방안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최소한 검토 가능한 청사진이라도 내놓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정부가 획기적인 정책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건국 대변인은 “병리검사 수가가 낮다보니 의료기관들은 아예 병리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고 판독을 위탁하거나 최소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그러다보니 전문의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병리과 전문의들은 자신들의 업무량이 ‘살인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 대변인은 “판독해야 할 검체는 많고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늦은 밤까지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없고, 앞으로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준법투쟁을 실력행사의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병리과 전문의들이 준법투쟁에 들어간다면 검체 판독을 의뢰한 일선 의료기관들은 진료 대란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병리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00여개 병원과 1만여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조직검사가 37개의 수탁검사 전문 병리과의원에 집중되고 있다.
이 대변인은 “복지부는 이미 건정심에서 수가인하를 의결한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병리과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관한 책입이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비대위는 앞으로 병리검사 수가 현실화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고, 수가 삭감의 부당성 대국민 홍보, 적절한 법적 대응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