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약분업 이후 국내 제약산업 육성책으로 '복제약 우대정책'을 펼쳐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국내제약사들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연구개발보다는 리베이트성 판촉활동에 보다 집중했고, 그 결과 시장은 크게 혼탁해졌다. 보다 못한 정부는 급기야 받는 의사도 처벌되는 '쌍벌제' 카드를 뽑아들고, 더 이상 복제약만을 경쟁 무기로 삼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인 제약산업을 조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연구개발 능력 없으면 생존 힘들다
(2) 제약업계 구조조정 임박…변해야 산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대형 오리지널 복제약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100/500(처방액의 500%), 차량 제공 등 각종 리베이트가 난무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간단한 식사 대접조차 신경쓰인다."
복제약을 성장동력으로 삼던 국내 제약산업의 판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1~2년 새 연구 개발 능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 대상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며, 그동안 높은 약가로 국내제약사들의 수익을 보장해줬던 '복제약 우대정책'에 대해서도 서서히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복제약 난립의 폐단인 '리베이트'를 잡기 위해 받는 의사까지 처벌하는 '쌍벌제'를 마련, 오는 11월 28일 시행에 들어간다.
'리베이트' 싹으로 지목되는 복제약 난립 구조를 허물고, 제약산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복제약 위주의 성장 전략이 실패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의약분업 이후 펼쳐온 '복제약 우대정책'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규모의 경제'를 선물했고, 이는 연구개발 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천문학적 금액과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신약을 당장에 만들 수 없을 바에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복제약 산업을 활성화시켜,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를 먼저 키워놓자는 것이 당시 정부의 의도였다.
실제 이 제도는 국내제약사들에게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를 가져다줬다.
업계 부동의 1위 기업 동아제약은 2011년경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이 유력해졌고, 지난해 기준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4개 업체들은 6000억원 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자 R&D 투자액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난해 500억원 이상 R&D 금액을 투자한 기업은 5곳(LG생명과학, 한미약품, 대웅제약, 녹십자, 동아제약)이나 됐고, 200억원 이상 기업은 이들 기업을 포함해 8곳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자, 투자 여력이 생긴 모양새다.
하지만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도 제약업계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다. 바로 '리베이트'라는 해묵은 병폐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복제약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실에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약 위주의 경영을 일삼았고, 이는 자연스레 자사약 처방약을 위한 '생존형 리베이트'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불공정 거래 제약사들에게 과징금 폭탄을 내린 사례 등이 복제약 난립 구조의 대표적 후유증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역시 일상다반사가 되버린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는 '리베이트 잡기'에 사력을 다했다.
리베이트-약가 연동제, 퍼스트제네릭 약가 개정안, 연구개발 우대정책, 시장형 실거래가제, 쌍벌제 등이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이다.
모든 정책들이 더 이상 복제약에 의존하는 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강력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복제약 난립 구조를 없애야 '리베이트'가 사라진다고 본 것이다.
특히, 오는 11월 말 시행되는 쌍벌제는 제약업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받는 자도 처벌받는 법 개정으로 리베이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다. 그간 받는 의사에 처벌 규정은 있었지만 처벌은 쉽지는 않았다.
이에 국내 제약산업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을 보면, 복제약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주고 있다"며 "한 때는 '복제약 공화국'이라고 불릴만큼 복제약이 난립했지만, 이제는 리베이트로 약 장사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내 제약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