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 일주일 째. 약사들은 “녹초가 됐다.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며 시범사업 시행으로 인한 고단함을 털어놨다.
지난 26일, 메디칼타임즈는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 약국 56곳 중 12곳을 대상을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올빼미 약사들 고단하다”
상당수의 약사들은 지난 일주일간의 야간근무로 지쳤다고 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B약국 약사는 “약사 4명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는데 다들 녹초가 됐다”며 “시범사업 한 달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 W약국 약사 또한 많이 지쳐있는 상태. 그는 새벽 2시까지 약국 운영으로 대낮에 잠시라도 낮잠을 취하고자 최근 취침용 의자를 구매했다.
충북 청주시 M약국 약사는 “최근 야간 당직약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약국을 24시간 운영하는 것은 무리”라며 “그나마 이곳은 야간에도 환자가 있어 버틸 만 하지만 주택가 인근은 유지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간혹 가뭄에 콩나듯 응급환자가 찾는 경우도 있다. 서초구 K약국 약사는 "간혹 야간에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 해열제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은 심야응급약국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 환자들은 심야약국이 아니었다면 아마 응급실에 갔어야 했을 것을 생각하면 보람되지만 약국을 운영하는 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심야약국 수지타산 안 맞아 경영상 한계 존재”
시범사업에 참여한 상당수 약사들은 “경영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각에선 심야약국 운영을 24시간이 아닌 새벽 2시까지 수정하는 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심야의약품취급소의 경우에는 심각한 수준. 성동구 심야의약품취급소는 시범사업 시행 이후 26일까지 일주일간 단 한명의 환자도 방문하지 않았다.
서대문구 또한 마찬가지. 화상을 입은 환자가 왔지만 증상이 경미해 그냥 돌려보낸 게 전부다.
성동구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새벽 0시~6시까지 당직을 서고 있지만 막상 환자는 구경도 못했다”고 했다. 즉, 심야의약품취급소 운영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일주일간 시범사업을 지켜본 약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지난 30년간 심야약국을 운영해 온 경기 안양시 S약국 약사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환자가 많고 그 이후에는 거의 없어 사실상 환자는 10여명 안팎”이라며 “현재 근무약사 2명이 번갈아가면서 심야약국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4시간 약국의 실효성엔 의문”이라며 “새벽 2시까지가 적정한 수준으로 그 이상이 되면 약사들이 약국을 운영하는 데 체력상 무리”라고 지적했다.
강남 등 번화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운영...수입도 짭짤”
반면, 기존부터 심야약국을 운영해왔던 강남 등 유흥가 인근의 약국은 심야응급약국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시범사업과 무관했다.
번화가에 위치한 약국의 약사들은 “우리는 시범사업과 무관하게 심야약국을 운영해왔다”며 “실제로 낮에 처방전을 들고 오는 환자보다 야간에 일반약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환자가 더 많아 야간 환자가 주 타깃”이라고 했다.
제주 제주시 O약국 약사는 “유흥가 쪽이라 환자가 많고, 심야에는 일반 약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새벽까지도 약국을 운영할 만 하다”며 “번화가와는 달리 외각에 개국한 약사들은 당직약사를 구하지 못하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워 고단한 상태에서 근근이 심야약국을 하고 있는 곳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