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프로라이프의사회의 검찰 고발 직후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중절수술 사례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일 메디칼타임즈가 전화상으로 서울, 경기, 부산 등 3개 지역의 산부인과 총 15곳을 대상으로 불법 인공임신중절 실태를 파악한 결과 여전히 수술이 가능한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산부인과 5곳 중 3곳이, 경기지역 산부인과는 5곳 중 2곳에서 각각 중절 수술이 가능했다.
특히 경기지역 모 산부인과의 경우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대부분의 경기지역의 산부인과들은 “중절 수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 전화상으로는 상담이 어려우니 수술 여부는 일단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은 후 결정해야 한다”며 내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낙파라치(낙태하는 의료기관을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는 사람)'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전화상으로는 인공임신중절 수술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일단 환자를 내원하도록 해 수술예약을 잡는 일종의 ‘눈치보기 중절수술’이 늘고 있는 셈이다.
산부인과 개원의는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지만,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산부인과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근절하고자 동료의사를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던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원 중에서도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로라이프의사회 차희제 회장은 "동료 개원의들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다시 시작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일부 회원 중에는 ‘내가 혼자 뭐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져 프로라이프의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의 중절 수술 회귀현상이 점차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중절 수술을 하는 산부인과에 대한 정부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반면, 여전히 불법 인공임신중절 수술 중단을 유지하고 있는 산부인과도 상당수 존재한다.
부산지역의 경우, 전화상으로 확인한 결과 산부인과 5곳 중 5곳 모두 “중절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올해 초 시작된 인공임신중절수술 중 중단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물론 일부 산부인과에서 다시 수술을 시작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수술을 중단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과거에는 중절 수술이 워낙 만연해 있다 보니 경각심을 갖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죄의식조차 사라져 왔다”고 지적하며 “그나마 최근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진행됐던 과거와는 달리 나름의 절차를 거치는 등 의사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