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을 비롯한 산별교섭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극한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타결을 마친 건국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사상 최대폭으로 임금인상을 결정하면서 남은 병원들은 부담감을 하소연하고 있지만 노조는 핑계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올해 산별교섭이 시작된지 4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타결된 곳은 8개 병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은 6.2% 임금인상에 노사양측이 잠정 합의한 상태며, 건국대병원은 8.3%라는 높은 수준의 인상을 약속해 무난히 타결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광주기독병원, 소화아동병원, 부평세림병원, 건대 충주병원, 침례병원 등도 임금협상을 타결한 상태다.
특히 올해의 경우 노사합의를 마친 병원들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임금협상을 끝냈다는 남은 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은 2~3%, 중소병원은 3~5%에서 임금협상이 이뤄졌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서울아산병원이 6.02% 인상을 결정한데 이어 건국대병원이 8.3%라는 전무후무한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
A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병원중에서 우리병원이 늘 임금 인상폭이 높았기 때문에 협상이 용이했다"며 "하지만 타결된 병원들이 너무 높게 스타트를 끊어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타결된 병원들이 대부분 타임오프제 적용을 미루고 노조 전임자를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협의하면서 더욱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산별교섭에서 노사가 가장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이 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병원들은 합의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
B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이라는 곳이 아무리 진료지표가 올라가도 수익증가분은 한정되기 마련"이라며 "더욱이 직원이 수천명에 달하기 때문에 한번에 6~8%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정부 주도로 타임오프제가 실시됐는데 노조 전임자들을 모두 보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이래저래 어려운 협상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병원의 하소연이 핑계일 뿐이라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다.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면 되는데도 교섭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사립대병원 지부 등 노조는 교섭에 진전이 없는 일부 병원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실력행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놨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이달 중순 지부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정신청을 결의할 예정"이라며 "병원별로 상황을 파악해 이번달 말부터 쟁의행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속해서 타결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병원들은 교섭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 쟁의를 통해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