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약제비 절감책이 장마철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일반약 비급여 전환 등 최근 기존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약업계는 이를 두고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 반면 의료계는 "약제비 증가 책임을 의사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며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약제비 절감 일환으로 펼쳐놨던 정책들이 수시로 변경되고 있다.
먼저 앞선 7월 말에는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이 전면 수정됐다.
최고가 대비 80%보다 비싼 기등재약을 일괄 인하하기로 한 것. 기존 질환별 목록정비 과정에서 연구용역의 객관성 등에 논란이 끊이지 않자 우회안을 내놓은 것이다.
조금 지난 8월 중순에는 일반약 비급여 전환 사업이 1년 가량 연기됐다.
보건복지부는 기등재약 목록정비 방안이 변경됨에 따라 기등재약의 신속정비가 가능해졌고, 전문약까지 포괄하는 평가과정을 거쳐 고가약으로의 처방전환 가능성 등을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감안해 추진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약제비 절감책에 제약계와 의료계의 시선은 상반된다.
먼저 제약계는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모 중견 간부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거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다. 항상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수정하는 것을 수없이 봐 왔다"고 꼬집었다.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도 "(약제비 절감책이 수정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달랐다. 복제약 우대 정책 등 약제비 증가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도, 이를 의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배동 소재 모 개원의는 "의료계에는 수가를 빌미로 약제비 절감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제약업계에는 지속적인 우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기등재약 일괄인하 안은 솔직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도 "정부의 기등재약 일괄인하안은 국내 제약사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건보재정 악화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특히 정부의 쌍벌제 시행으로 의사들의 오리지널 처방이 늘어나 약품비 절감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