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파업에 휘말렸던 서울 주요 사립대병원들이 주말동안 잇따라 교섭을 타결시키면서 최악의 사태는 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임금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노조 전임자수 등 교섭의 상당 부분을 노조의 뜻대로 맞춰줬다는 점에서 내년도 협상에서 또 한번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병원계에 따르면 파업 3일째를 맞았던 한양대의료원 노사가 밤까지 이어진 실무진회담에서 합의를 이뤄내면서 교섭을 타결시켰다.
앞서 10일 이화의료원과 경희의료원이 밤샘교섭끝에 타결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고대의료원-한양대의료원-이화의료원-경희의료원으로 이어진 병원계 연쇄파업은 우선 진료차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은 채 일단락되게 됐다.
한양대의료원은 타임오프 유급전임자수 5명을 보장하기로 합의했으며 20명의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고 노조전임자의 노조활동을 문서로 보장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임금협상은 당초 8.7%를 요구했던 노조가 병원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2%를 인상하는 방안으로 협의를 끝냈다.
앞서 교섭이 타결된 경희의료원와 이화의료원도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을 이끌어 냈다.
경희의료원 노사는 인력 38명을 추가로 충원하기로 합의했고, 노조 전임자수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임금은 당초 8.75%에서 2.75%로 내려서 교섭을 마쳤다.
이화의료원도 마찬가지. 당초 사측은 유급 노조 전임자 활동시간을 6천시간으로 내리기를 원했지만 결국 타임오프 1만시간에 총액 임금 3% 인상안에 합의하며 파업을 막았다.
결국 이들 3개 병원 모두 타임오프제를 양보하는 대신 임금인상률을 다소 낮추는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병원이 파업사태를 막기 위해 협의한 타임오프제 1만시간은 사실상 법정 최고 한도라는 점에서 향후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의료원들과 산업규모가 비슷한 기업체들이 6천~8천시간 정도로 합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내년도 협상에서 이 문제가 또 다시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의 주요 사립대병원들이 줄줄이 1만시간 보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교섭이 진행될 병원들의 부담감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A의료원 관계자는 "결국 살을 내주고 뼈를 지킨격인데 비영리기관인 의료원이 기업체들보다 더 많은 타임오프를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결국 이 문제는 또 한번 논란이 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