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학회 유치는 수십년간 국내 의학자들이 피땀 흘려 이뤄온 성과의 증거입니다. 그런 뜻있는 행사가 숨통이 막혀 고전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것이지요."
김제종 세계 성의학회 조직위원장(고려의대)은 29일 학회장에서 이뤄진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현재 국내 의학계의 현실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국내 의학자들의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가 무산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반문이다.
김제종 위원장은 "세계 성의학회만 해도 개최를 확정짓고 무려 6년이나 준비한 규모있는 행사"라며 "아마 이 학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세계 학회 개최를 포기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세계 학회를 다시 유치하려면 최소한 3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대다수 학회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한남성과학회가 주관해 유치한 세계 성의학회는 학회의 특수성으로 공정경쟁규약으로 인한 태풍에서 살아남았다.
세계 성의학회의 경우 학회 본부에서 모든 학회 준비와 후원금 모집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 즉, 개최국인 한국이 직접적으로 제약사들의 후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은 "아마 남성과학회가 주관과 주최를 모두 맡았다면 세계 학회 개최가 불투명했을 것"이라며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학회를 개최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그는 정부가 하루 빨리 세계 학회의 중요성을 깨달아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계속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국내 의학자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임팩트팩터가 7.0이나 되는 SCI학술지인 세계 성의학회지에 실리는 논문 중 국내 의학자들의 발표건수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며 "아시아 태평양 학회지의 경우 절반 이상이 될 정도로 국내 남성과학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성과가 있기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학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세계 학회를 개최하는 상당수 학회들도 이같은 피땀어린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즉, 국위선양과 수천명에 달하는 세계 의학자들의 방한이 이뤄내는 부가가치 등 직접적인 이득은 뒤로 하더라도 그 노력을 허망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제종 위원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쌍벌제 하위법령 등으로 학회의 숨통을 열어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여기서 나아가 세계 학회 유치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