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가 자의적으로 진료비 심사기준을 만들어 해당 비용을 삭감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나상용)은 최근 서울대병원이 A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Y씨는 2006년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우측 상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1형으로 진단받고, 2007년 6월 서울대병원에서 척수신경자극기 시험적 거치술, 영구적 삽입술을 잇따라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환자가 시술을 받은 지 두달후 좌측 상지에 통증을 호소하자 신경차단술 등을 시술했지만 호전이 없자 척수신경자극기 시험적 거치술과 영구적 삽입술을 시행했다.
그러자 A보험사는 두 번째 영구적 삽입술 진료비 1천여만원이 과잉 진료라고 주장하며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 심사청구를 요청했다.
자보수가분쟁심의회는 척수신경자극기설치술 인정기준을 적용, 2009년 1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확진할 만한 증상과 소견이 없기 때문에 영구적 삽입술이 타당하지 않다며 관련 진료비를 모두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은 2차 삽입술 관련 진료비로 지급받은 823만원 중 796만원과 심사수수료 1백여만원을 A보험사에 지급하라는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자보수가분쟁심의위가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진료기준과 진료비용 인정범위를 정할 제정권이 없어 심사 결정 자체가 무효라고 못 박았다.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에 따르면 진료수가 인정범위는 건강보험 요양급여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 기준을 준용한다.
다만 건강보험기준이나 응급의료수가기준과 달리 규정할 필요가 있거나 건강보험기준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 자보수가분쟁심의회가 별도의 진료기준 및 수가를 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법원은 “자보수가분쟁심의회는 진료기준과 진료비용 인정범위 법규명령의 제정권이 없어 해당 심사기준은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자보수가분쟁심의회가 척수신경자극기 인정기준을 공고한 사실도 없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법원은 “Y씨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환자나 병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보수가분쟁심의회에서 인정하지 않은 진료비 989만여원 역시 A보험사가 지급을 보증한 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서울대병원이 A보험사에 심사수수료 1백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자보수가분쟁심의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측 대리인인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법원은 자보분쟁심의회가 제정한 심사기준이 무효이며, 이번 사건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자보분쟁심의회가 삭감한 진료비를 서울대병원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변호사는 “척추신경자극기 이외에도 의료현장에서 자동차보험분쟁심의회가 자체적으로 제정하고, 외부에 미공개한 심사기준을 근거로 자의적인 삭감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판결은 이런 심사 관행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