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이 도매업체의 지나친 저가 투찰로 인한 일부 제약사의 공급 거부 움직임에 해당 제약사의 원내 코드를 뺄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이 주목된다.
의약품 공급 가격은 입찰 전 도매업체와 제약사 간의 사전 조율 사항이지, 도매상의 저가 투찰로 제약사쪽이 공급 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6일 기자와 만나 "저가로 의약품이 들어오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좋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약품 공급 능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표 도매로 선정된 두루약품이 17% 할인율을 제시했을 때는 우리도 놀랐다"며 "하지만 가격 조율 문제는 제약사-도매 간에 알아서 할 일이지 병원이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때문에 제약사가 저가낙찰로 의약품을 공급 거부할 수 없다고 하면 그 약의 코드를 삭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면 코드를 뺄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제약사 약을 빼고 공급을 할 수 있는 제약사 약을 넣게 될 것이다. 다만 공급 거부 제약사는 실질적으로 없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도매업체에 의약품 선정권을 부여한다는 소문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처방 코드는 담당 교수, 약제부, D/C 위원회 등 수많은 논의 끝에 선정되는 것이지 무조건 싸다고 병원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약물 중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약물에게 코드 입성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지 이를 도매업체에 의약품 선전권을 부여한다고 확대 해석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경희의료원의 이런 입장에 제약업계는 난감한 모습이다.
저가납품으로 공급거부를 해 원내 코드에서 빠질 경우 원외 처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원외와 원내 처방 규모는 9대 1정도며, 이 병원의 원외 처방은 원내 코드에서 90% 가량 나간다.
국내 모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무리한 저가 남품은 곤란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코드가 빠지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곤란해했다.
한편, 경희의료원에 공급하는 다국적제약사 제품(오리지널)은 대부분 기준가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입찰 맡은 모 도매상은 "다국적사 제품은 기준가라고 보면 된다"며 "약값이 깎이는 것은 국내사의 제네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17%의 할인율을 맞추려면 국내사 제품에서 조율을 해야 한다는 소린데, 이로 인해 국내사 제품은 크게 다운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