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미국발 시부트라민 비만약 시장 철수 소식에 또 한번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식약청 역시 조만간 미 FDA의 결정을 따라갈 것으로 보여 비만약 시장에서 오리지널 '리덕틸'과 수위를 다투던 '슬리머'(리덕틸 개량신약)의 시장 퇴출이 유력해졌기 때문.
일단 국내 시장은 둘째치더라도 '슬리머'의 해외 시장 진출에 큰 공을 들인 한미 입장에서는 시장 퇴출시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처방약 시장 부진, 올 상반기 쌍벌제로 인한 의원급 시장 고전 등 연이은 악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은 지난 9일 시부트라민 제제의 안전성 재검토에 착수했다. 미국내 시장 철수 소식에 국내 시장 퇴출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서다.
식약청은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이번주 내로 시판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이미 시부트라민 제제의 시장 퇴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내 상위 A사 임원은 "국내 식약청이 미 FDA의 결정에 민감한 만큼 시장 퇴출이 유력해 보인다"며 "며칠전 처방 중단이 됐던 아반디아와 비슷한 경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하반기 슬리머 등의 해외수출 실적이 본격화돼 작년부터 지속된 처방약 시장 부진 만회를 기대했던 회사측으로써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맡은 셈.
실제 한미의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률(매출액/영업이익)은 1분기 2.2%, 2분기 1.1%, 3분기 2.9%로 매우 저조했다. 1000원 어치를 팔아 10~30원 가량의 이익을 발생시키는데 그친 것.
증권사 모 연구원은 "슬리머 수출을 추진중인 한미의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됐다"며 "이미 진출한 지역도 이번 사태 이후 수출 성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상위 B사 임원도 "의약분업 이후 승승장구하던 한미가 올해 단단히 발목을 잡힌 모양새"라며 "어려운 일은 한 번에 닥친다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유난히 악재가 잇따르는 한미약품이 또 다시 닥친 난간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로 '슬리머'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비급여 의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