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 제공 등 의약품 유통부조리 근절을 위해 11월 시행을 앞둔 리베이트 쌍벌제 하위법령이 크게 완화되어 의학회 회원 학회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싸늘한 분위기다.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지 못해 대회 규모를 축소하거나 해외 연자 초청 계획을 취소하는 학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학회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혹시나 잘못될까 두려워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쌍벌제의 기세가 여전히 학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제약업체들이 쌍벌제를 빌미로 입맛에 맞는 학회만 골라서 후원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약을 많이 쓰지 않는 외과와 진료지원과 계열 학술대회는 후원 부스가 없어 썰렁하다. 물론 학술대회는 제약사의 후원에 의지 하지 않고 자체 경비로 충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체 경비로 충당하려면 등록비를 지금보다 5~10배가량 올려야 한다는 게 학회들의 푸념이다. 따라서 일정부문 후원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학술대회 지원을 부정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생각은 개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술대회 지원을 무조건 리베이트라는 부정적 인식도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원과 관련한 모든 절차가 투명해지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지원에 차별이 없도록 하려면 일정한 기관에서 모든 학회에 적절히 배분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빈익빈 부익부를 낳는 지금의 행태는 개선되어야 한다. 학회의 회계가 투명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학술대회 지원에 대한 의혹을 없애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 그 것이 바로 학계와 업계, 정부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