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어겨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과실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대법원 제 3부는 검찰이 최근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간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제기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1일 "간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보조할 의무가 있다"며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다면 업무상 과실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S대학병원의 전공의는 지난 2005년 췌장 종양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주치의로서 컴퓨터를 통해 간호사에게 활력징후가 안정될때까지는 15분 간격으로 징후를 측정하고 안정되면 1시간 간격으로 4회 측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만약 수축기 혈압이 90mgHg 이하이거나 160mgHg 이상인 경우 의사에게 알려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이 병원 A간호사는 컴퓨터를 통해 이같은 지시사항을 확인한 뒤 일반병실로 이송된 직후와 1시간 후 2회에 걸쳐 활력징후를 측정했지만 이후에는 병실을 찾지 않았다.
또한 B간호사는 교대근무로 병실에 투입돼 컴퓨터를 통해 같은 지시사항을 받았지만 병실에 들어가 환자를 살펴봤을 뿐 활력징후는 측정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밤 환자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보호자들은 즉시 간호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A, B 간호사는 모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돌아갔고 결국 몇시간 후 환자는 호흡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응급 개복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결과 동맥출혈은 없었으나 복강내에 약 3L, 기관지 삽관부위에 1L의 출혈이 나타났고 환자는 결국 출혈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자 검찰은 의사가 분명히 1시간 간격으로 4회 활력징후를 측정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간호사가 이를 지키기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며 이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S대병원에서 활용하는 간호사를 위한 지침서에는 췌장암 수술 후 활력징후는 4시간 간격으로 측정한다고 되어 있는 만큼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간호사들이 1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것과 환자의 사망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사가 1시간 간격으로 4회에 걸쳐 활력징후를 측정하도록 지시했다면 간호사는 이 지시를 따라 환자를 간호해야 한다"며 "업무지침서가 의사의 지시보다 앞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따라서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로 봐야 한다"며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이 타당하므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