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10년간 큰 변화가 없던 제약업계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적어도 3분기만 보면 말이다.
이유는 최근 정부 리베이트 근절 정책 강화로 의원급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일부 상위사의 부진이 이어졌고, 그 사이 특화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선전을 거듭했기 때문.
실제 업계 1~3위 단골 손님인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이 부진했고, 혈액제제·백신사업과 도입신약으로 대표되는 녹십자와 대웅제약은 크게 성장했다.
작년 신종플루 특수로 녹십자가 2위로 치고 올라오기 전만해도 수년간 제약업계 1~3위는 동아가 부동의 1위를 지킨 가운데, 유한과 한미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형국이었다.
▲ 3분기 매출액…녹십자·대웅, 유한·한미와 자리바꿈
3일(어제)까지 이들 5개 기업이 제출한 공시 자료를 보면, 순위 변동이 상당하다.
동아제약(2121억원)이 1위를 차지했고, 녹십자(1919억원), 대웅제약(1667억원), 유한양행(1577억원), 한미약품(1507억원)이 뒤를 이었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부진한 사이 녹십자와 대웅제약이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실제 녹십자와 대웅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9.5%, 10.8% 늘었고, 유한과 한미는 각각 1.48%, -3.21%였다.
국내 상위 A사 관계자는 4일 "유한과 한미가 올해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대웅의 3위 등극이 확실해 보인다"며 "녹십자는 올해는 무리고, 내년에는 한 번 1위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갈수록 강해지는 정부 리베이트 규제…"차별화만이 살 길"
의약분업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제약업계 순위 지형도에 이같은 변화가 생긴 것은 강화된 정부 리베이트 규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제네릭이 강한 기업은 의원급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마련인데, 마케팅 통로가 막히면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와 유한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차별화된 전략을 갖춘 녹십자와 대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상위 B사 임원은 "녹십자는 대부분 제약업체가 케미컬 드럭에 집중하는 사이 혈액·백신 제제로 손을 뻗어 빛을 보고 있는 회사"라며 "대웅은 매출 절반이 도입신약이지만, 오리지널이라는 장점이 있어 안정적인 처방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