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시행에 앞서 선지급은 이미 끝났다. 이 때문인지 최근 매출이 크게 늘어 월 매출 전표를 당초보다 일주일 빠르게 끊고 나머지는 이월시켰다. 한달이 5주라면 4주만에 목표치를 달성한 셈이다. 2~3년 장기 계약이 많기 때문에 (쌍벌제 이후에도) 문제없다."
리베이트 받는 의사도 처벌받는 쌍벌제 시행이 채 20여 일도 남지 않은 현재 일부 제약사들은 선지급을 미리 끝내고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개월 전부터 월 매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매출 전표를 예정일보다 먼저 마감하고, 나머지는 이월하거나 다음 분기에 넘기는 등 정부 감시망을 피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선지급은 특정 제약사가 자사약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처방권을 가진 의사와 '얼만큼 써주겠다'는 등의 모종의 약속을 맺은 후 실제 처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돈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중소 A사 영업사원은 "선지급은 이미 3~4개월 전에 끝냈다. 지금은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시기"라며 "매출을 초과 달성하면 매출 전표를 앞서 끊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이월시키고 있다"고 고백했다.
갑자기 분기 매출액이 크게 늘면 정부 당국의 리베이트 현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매출분을 적절히 조절해 감시의 눈을 피하고 있다는 것.
이 영업사원은 "어찌보면 선지급이 위험할 수 있지만 (쌍벌제 전에) 장기계약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방액 만큼 댓가를 지급하는 후지급과는 달리 선지급은 약속을 해도 의사가 써주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신하는 이는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국내 중소 B사 관계자도 선지급으로 일부 제약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최근 제약업계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월등한 성적을 내는 곳은 (선지급 등) 다 이유가 있다"며 "업계에 종사하면 어디가 (리베이트) 하고 안 하는지 다 안다"고 말했다.
이어 "(리베이트를 제공해 매출이 급증하는) 많은 곳에서 매출 전표를 월말이 아닌 며칠 앞당겨 끊고 나머지는 다음 월이나 분기에 집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쌍벌제 시행에 앞서 선지급 등의 편법을 쓴 일부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빠진 제약업계에서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