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진학이 좌절되는 바람에 오히려 음악 덕을 보게 됐습니다."
세계적 음악가 43인의 숨겨진 이야기 115가지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책 제목은 '필하모니아의 사계'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문외한'인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책이지만 음악적 교양을 쌓기에 깊이가 부족하지도 않다.
집필자는 대학 오케스트라 악장과 지도 교수를 지냈고 미국 테네시 German Town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Palo Alto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을 연주한 경력이 있다.
약력만 보면 음대 교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집필자는 다름아닌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다.
비전공자가 클래식 해설서를 쓰기에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힘들기 보다 재미있었다'는 대답이 뒤따랐다.
클래식 음악을 원체 좋아하기도 했지만 한때 직업으로서의 음악인을 꿈꾸기도 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음대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집안 반대로 가지 못했습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공부는 곧잘해서 의대로 진학하게 됐죠.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음대를 가지 못한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칠 때 술을 마시는 대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직업'이 아닌 '취미'로서 음악을 접하면서부터 그의 삶에 음악은 빠질 수 없는 활력소가 됐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음악과의 긴 인연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예과 2학년부터 본과 3학년 때까지 의대 내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고 현재도 한양의대 Chiron 오케스트라 지도 교수로 있다. 올해는 Chiron 오케스트라와 하이든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 연구 전임의로 갔을 때나 스탠포드 의대 교환 교수로 갔을 때도 음악 덕을 봤다. 의대 교수들과 친분을 쌓는데 바이올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 의대 교수들 중에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처음엔 서로 서먹서먹 했지만 집에 방문해서 협연을 하면서 서로 친하게 지내게 됐습니다. 한 곡을 정해서 3중주로 연주해보자, 4중주로 해보자 이런 식으로 놀았죠(웃음)."
'필하모니아의 세계'는 그간 병원소식지 등에 오 교수가 기고한 클래식 이야기를 손봐서 출간한 책이다. 오 교수는 집필을 하면서 클래식 이야기를 써 내려간 5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음악 사랑의 열정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클래식을 들으려면 풍부한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음악이나 길들여져야 제맛을 느끼게 됩니다. 칡뿌리를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처럼 클래식도 배경 지식을 알고 꾸준히 듣다보면 클래식 본연의 '제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