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내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10여 건이 넘는 고발을 당해 검찰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본업인 회무에 신경쓸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전남 무안군의사회의 '회비 납부 거부' 선언과 전국의사총연합회의 경만호 회장 퇴진 서명운동 돌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내분이 장기화되는 것도 모자라 점점 더 강도를 높여 물고 뜯는 작금의 상황은 장동익 전 회장 사태와 마찬가지로 매우 볼썽사납다.
물론 원인 제공자는 의사협회와 경만호 회장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회무 집행 과정에 문제가 생겨도 회원들에게 설명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고, 민감한 문제를 합리적이고투명하게 처리하는데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내심 '걸리기만 해봐라' 하고 있는데 번번에 덫에 걸려들었다. 그러나 작심하고 달려드는 이들도 문제다. 만성화된 집안 싸움에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직능인 단체인 의사협회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양쪽 다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의사협회의 위상은 물론 회원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는 행위다.
집안싸움은 되도록 빨리 끝내야 한다. 지금 외부의 상황은 집안싸움만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경만호 회장과 일부 반대세력간의 타협이 어렵다면 집안 원로들이 중재에 나서 원만한 수습책을 찾기 바란다. 아울러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회원들만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혁신해 새롭게 태어날 경우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