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하에서도 오리지널이라는 무기를 등에 업고 기준가 고수 방침을 보이던 다국적제약사도 서울아산병원 입찰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해 저가공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 만료약 등 타 약제로 대체가 가능한 약품들이 대표적인데, 제네릭이 나온 만큼 코드 변경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과 25일 펼쳐진 서울아산병원 입찰에서 다국적제약사들은 특허 만료약이나 특허 만료가 임박한 오리지널에 한해 기준가보다 일부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을 약속했다.
앞서 진행된 경희의료원 등의 입찰에서 기준가 고수 방침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앞서 저가구매를 도입한 일부 병원들은 애초부터 다국적사 품목(대부분 오리지널)의 저가 납품을 포기한 상태였다"며 "이들은 전체 할인율을 맞추기 위해 국내사 품목(대부분 제네릭)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산은 이같은 방식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 다국적사 제품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했다.
그는 "물론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할인율 차이는 여전히 컸지만, 다국적사들이 기준가 고수를 원칙으로 했던 여타 병원 입찰과는 달리 이번 입찰에서는 일정 부분의 할인율을 감내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특허 만료약은 같은 성분의 제네릭으로 대체, 코드가 빠질 수 있는 만큼 다국적사도 적당한 할인율에 동의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특허 만료약은 제네릭이 있어 코드 변경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국적사도 이를 고려해 할인율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진다"며 "특허 만료가 임박한 품목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났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곧 저가구매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지 주목하고 있다.
다국적 모 제약사 관계자는 "서울아산, 삼성서울 등과 같은 국내 대표 병원은 처방량이 많기 때문에 단독 오리지널과 특허만료약의 할인율을 잘 조정해 코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가 공급으로 인한 약값 인하는 가중 평균가로 계산되기 때문에 병원별로 전략을 달리하면 약가 인하폭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