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료와 자문료가 쌍벌제 예외 조항에서 삭제되면서, 전국적으로 이와 관련된 학술세미나 등의 행사가 취소되고 있고, 연말 일부 업체에서 관행적으로 해왔던 의료계 송년회 후원도 정부 당국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사들은 쌍벌제 이후 영업·마케팅 활동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늘상 해왔던 행동도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대표적 사례는 의약학·의료기기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학술 세미나, 집담회 등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
실제 쌍벌제 이후 울산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다국적 A사와 국내 B사의 학술 세미나가 무기한 보류됐다.
다국적 A제약사 관계자는 "쌍벌제 예외조항에서 강연료, 자문료 항목이 삭제돼, 지급 기준이 모호해졌다"며 "개별사안별로 판단한다는 방침도 해석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오해살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일부 지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B제약사 관계자도 "관련 질환의 키닥터를 초빙해 그 병원 레지던트나 타 병원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학술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쌍벌제 이후 제약사나 의사나 모두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답했다.
의료계 송년회 후원 문제도 제약업계에는 골칫거리다.
복지부가 송년회 후원을 처방 목적을 위한 행위로 본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C제약사 관계자는 "그간 관행적으로 행해왔던 일련의 행동들이 쌍벌제 하에서는 어떻게 해석될지 모른다"며 "의료계 송년회 스폰도 충분히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래저래 시한 폭탄을 안고 가는 셈"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업체가 의료계 송년회를 스폰한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쌍벌제법 하에서 불법 소지를 판단하겠다"며 "처방 목적이라면 '스폰서 검사'와 다를 바 없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자, 의약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의사-제약사 간의 정상적인 교류도 자칫 리베이트로 오인받아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인사는 강연료와 자문료를 리베이트로 보고 금지시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학술 모임은 최신 의학 지식과 지견을 나누는 장인데, 강연료도 없이 시간을 할애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학술 모임 활성화를 위해 합리적인 예외 조항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D사 관계자는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면 모든 마케팅 활동 자체가 리베이트로 보이게 돼 있다"며 "학술 모임 등을 통해 신약 정보나 임상 데이터 등을 공유하는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제품을 홍보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