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사고의 위험은 숙명처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태풍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옛날부터 큰 재앙을 일으키곤 했다. 현대 문명이 발달했어도 재해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인재(人災)’가 매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한 번의 사고나 재난 때문에 입게 되는 피해도 더 커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재난과 참사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엄청나게 많다.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 과학적인 정보와 합리적 대안은 항상 부족했다. 그 사이에 피해자와 그 가족 친지의 고통은 깊어지고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도 함께 병들어 가고 있다.
이 책은 재난의 피해자와 그 보호자, 구조 참여 인력, 각종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의 관련 인력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대한불안장애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 소속 정신과 전문의들이 집필하였다. 재난이 미치는 정신적 피해와 그 대응책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이 책은 외상 후 사고와 재해의 역사에서부터 자연 재해, 대규모 재해, 교통사고, 산업재해, 성폭력 등 각종 사고와 재난의 유형별로 각각의 상황에 따른 피해자의 스트레스를 개괄하고, 이에 대한 평가 방법과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 방법을 별도로 정리하고 있다. 또한 재난의 또 다른 정신적 피해자이면서도 막상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던 현장 구조 인력의 스트레스도 다루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고나 재난은 언제든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면 제일 좋지만, 사고가 일어난 후 그 정신적 충격이 후유증과 심한 질병으로 고착되기 전에 빨리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책은 예기치 못한 사고 후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안내자 노릇을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와 국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체계적인 예방과 관리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지침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 : 대한불안장애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 김대호 외
<대한불안장애학회 재난정신의학위원회>는 각종 사고나 재난으로 인해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이바지 하고자 2003년도에 설립하였다. 회원은 주로 정신과 전문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재난정신의학의 특성상 개인보다는 사회와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크기 때문에, 의학적인 연구 이외에도 사회적 제도적 차원의 협력 체계 형성,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본 위원회의 웹사이트 http://www.kstss.or.kr에 접속하면 관련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