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제도소위 약제비 차등적용 합의
약제비 의료기관 종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져 보건의료단체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이하 제도소위)는 11일 회의에서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 범위를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종병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적용하면, 현행 30%로 동일 적용된 약제비 본인부담률이 의원급은 30% 그대로 유지되나 병원 40%, 종합병원 50%, 상급종합병원 60% 등으로 인상된다.
당초 보건복지부의 대형병원 외래경증환자 집중화 완화 대책에는 환자 쏠림 방지책으로 환자 본인 부담률 인상과 더불어 약값 본인부담률 인상을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으로 국한했다.
제도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경증환자 본인부담률 인상에 강력한 반대의견을 밝힌 병원협회와 가입자단체로 인해 합의를 유보하는 대신,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모든 약제와 종병으로 확대하는 의사협회안에 무게를 실었다.
병원계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병협 "지역 중소병원을 사지로 내모나"
의원급과 인근의 지역 동네병원에 약제비 본인부담률이 차등적용될 경우 약값에 부담을 느낀 내원 환자들이 발을 돌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국 2400여개 병원 중 종합병원급 이상 300여개를 제외하면 2000개가 넘는 중소병원의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병협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만 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병원까지 약제비를 차등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가뜩이나 힘든 수많은 중소병원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약제비 차등적용이 반가울리 없는 약사회 표정은 미묘하다.
상급종합병원 외래의 약값 본이부담률이 현행 30%에서 60%로 높아지면 본인부담금은 2배로 증가하게 되므로 높아진 약제비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약국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약사회, '동네약국 활성화와 슈퍼판매 저지' 전략
또한 종별 모든 처방약을 차등적용하면 약 9000억원의 건보재정이 절감된다는 복지부의 추계를 감안할 때 문전약국 입장에서는 경영손실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표 참조>
약사회측은 이날 제도소위에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주장하면서 약제비 차등적용에 반대의견을 피력했으나 과거 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의원 인근 약국의 경영활성화 더불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저지를 위한 야간약국 확대를 표방한 상태에서 동네약국의 참여와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전략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의협은 논의 결과에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의협, '대형병원에 몰린 환자들 유턴' 기대
협회는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이 대형병원과 병원으로 몰린 환자를 의원급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이혁 보험이사는 “의협 5개 건의안 중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 적용을 제외한 나머지 안은 추후 재논의해야 한다”면서 “제도소위가 요청한 초재진료 산정기준 근거 마련 등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제도소위 논의 결과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제도소위에서 개진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건정심에 전달되는 만큼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병원이 포함된 것은 위원들의 의견일 뿐 복지부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에 따른 9천억원 절감액은 폭넓은 범위에서 추계한 만큼 정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